커튼을 빨면서
현관문 앞 봄 리스
Master Bedroom Curtain
Dresser 위에 있는 잡동사니들
영준이 공부방에 있는 오래전 내가 만든 커튼
건희방에 있는 Pink Tap Curtain
Liabrary 의 Rod Yellow Tap Curtain with Lace Drapery
Formal Dining Room의 Rod Pocket Curtain
Breakfast Room Tap Curtain with Lace Swag Drape
아무렇게나 꽂아놓은 Wild Flower on the Table
커튼을 빨면셔
-프시케-
4월의 따사로운 봄볕에
나도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널어 말리고 싶은 적이 있다고
어느 분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늘은
먼지 앉은 커튼들을 거두어
속 시원히 모두 빨았다
맘 같아서는 주황색
나일론 끈으로 빨랫줄 매어
뽀송뽀송하게
공기 비린내 나는 바람 솔솔 부는
상큼한 햇볕에 일광욕된
냄새를 맡고 싶지만..
사정상 드라이어에 대충 말린 후
안방이나.. 다이닝 룸에 걸었던
길이가 긴 커튼 들을 다리느라
무릎이 빨갛게 자국이 났다
바닥에 길게 접어놓고
커튼 위를 기어 다니며
다림질을 했다
이 커튼 들도 사실
간편하게 주욱~ 박아서 만든
나만 아는 비밀의
아주 손질 쉬운 커튼에 속한다
맘먹고 안감까지 겹으로 해서
Sheer 커튼까지 제대로 갖추려면
돈도 돈이지만
그 커튼들을 다 드라이클리닝에
맡겨야 모양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다
집안이 넓어 보이게 한다는 핑계로
커튼들이 온통 노란색이다
영준이 방은 흰색 얇은 Rod Pocket 커튼이고
건희 방은 핑크로 리본 탭을 만든 탭 커튼
이다
영준 이방과 건희 방의 커튼들은
세일하는 커튼을 사다 달았다
공부방의 노란 무늬 커튼은
영준이를 낳았을 때
천 자투리로 내가 만든 커튼이다
오래되어서 먼지가 뽀얗다
이 커튼은 나무에 직접 스태이 플로 박아서
뜯어 빨 수가 없어 그냥 먼지만 턴다
영준이의 나이만큼 오래된 커튼이며
내가 직접 만든 거라 그런지
많이 애착이 간다
하려고 며칠을 미루다가
이제 빨아서 다림질까지 해서
커튼을 달아놓으니..
마음속까지 후련하다
먼지 앉고
때만 내 마음도
온유와 겸손의 미지근한 물에
하나님의 말씀들을 세제로 풀어
묵상의 빨래 판에 문질러 치댄 다음
맑은 기도의 물에 깨끗이 헹구어서
성령이 내리쬐는 밝은 햇볕에 말려나 볼까
그러면
저 커튼의 구김살 펴지듯
여기저기 구겨진 내 마음
응답의 다리미로 구석구석
눈물의 물뿌리개로 뿌려가면서
예쁘게 무릎 꿇고 다려보면
깜쪽같이 내 허물과 죄가
새것처럼 깨끗해지는 게 아닐까?
점 점 나이가 들수록
때 타고 이쁘지 않은 마음들이
가끔 얼룩처럼 눈에 띌 때가 있다
이런 영혼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사랑의 고운
말씀 세제 푼 물에 넣어 빨아
성령의 햇볕에 말리는 것처럼
내 영혼도
빨아 말려 봐야겠다
좋은 생각과 좋은 말씀과 묵상
좋은 글들이 가끔은
내 영혼을 깨끗이 해주는 역할을 한다
깨끗하게 빨아
다림질까지 한 커튼을
걸면서
먼지를 털어내듯
내 영혼의
묵은 죄와 먼지들이
어느덧 다 씻겨진 기분이다
Black Coffee 한잔
마시며
이 뽀송뽀송한
기분을 만끽해야지
며칠 후
헤이즐넛 향이 가시기 전에
모든 그릇장에 있는
먼지 뽀얀 그릇들도 꺼내
씻어 말려야겠다
그릇들도 이 커튼들처럼
기분전환이 필요할 거야
2011년 4월 1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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