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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커튼을 빨면서 - Black Coffee

by 프시케 psyche 2020. 6. 25.

 

 

 

커튼을 빨면서

 

 

 

 

 




현관문 앞 봄 리스


 














 

Master Bedroom Curtain



Dresser 위에 있는 잡동사니들




 

영준이 공부방에 있는 오래전 내가 만든 커튼






 

건희방에 있는 Pink Tap Curtain



 


Liabrary 의 Rod Yellow Tap Curtain with Lace Drapery






Formal Dining Room의 Rod Pocket Curtain



 

Breakfast Room Tap Curtain with Lace Swag Drape

  

  아무렇게나 꽂아놓은 Wild Flower on the Table 

 

 

 

 

 

 

커튼을  빨면셔

 

-프시케-


 

 

4월의 따사로운 봄볕에

나도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널어 말리고 싶은 적이 있다고

어느 분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늘은

먼지 앉은 커튼들을 거두어

속 시원히 모두 빨았다

맘 같아서는 주황색 

나일론 끈으로 빨랫줄 매어

뽀송뽀송하게 

공기 비린내 나는 바람 솔솔 부는 

상큼한 햇볕에 일광욕된

냄새를 맡고 싶지만..

사정상 드라이어에 대충 말린 후

안방이나.. 다이닝 룸에 걸었던 

길이가 긴 커튼 들을 다리느라

무릎이 빨갛게 자국이 났다

바닥에 길게 접어놓고

커튼 위를 기어 다니며

다림질을 했다

 

이 커튼 들도 사실

간편하게 주욱~ 박아서 만든

나만 아는 비밀의

아주 손질 쉬운 커튼에 속한다

맘먹고 안감까지 겹으로 해서

Sheer 커튼까지 제대로 갖추려면

돈도 돈이지만

그 커튼들을 다 드라이클리닝에

맡겨야 모양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다

집안이 넓어 보이게 한다는 핑계로

커튼들이 온통 노란색이다

영준이 방은 흰색 얇은 Rod Pocket  커튼이고

건희 방은 핑크로 리본 탭을 만든 탭 커튼

이다

영준 이방과 건희 방의 커튼들은 

세일하는 커튼을 사다 달았다

공부방의 노란 무늬 커튼은 

영준이를 낳았을 때

천 자투리로 내가 만든 커튼이다

오래되어서 먼지가 뽀얗다

이 커튼은 나무에 직접 스태이 플로 박아서

뜯어 빨 수가 없어 그냥 먼지만 턴다

영준이의 나이만큼 오래된 커튼이며

내가 직접 만든 거라 그런지

많이 애착이 간다

 

하려고 며칠을 미루다가

이제 빨아서 다림질까지 해서

커튼을 달아놓으니..

마음속까지 후련하다

 

먼지 앉고

때만 내 마음도

온유와 겸손의 미지근한 물에

하나님의 말씀들을 세제로 풀어

묵상의 빨래 판에 문질러 치댄 다음

맑은  기도의 물에 깨끗이 헹구어서

성령이 내리쬐는 밝은 햇볕에 말려나 볼까

 

그러면

저 커튼의 구김살 펴지듯

여기저기 구겨진 내 마음 

응답의 다리미로 구석구석

눈물의 물뿌리개로 뿌려가면서

예쁘게 무릎 꿇고 다려보면

깜쪽같이 내 허물과 죄가

새것처럼 깨끗해지는 게 아닐까?

 

점 점 나이가 들수록

때 타고 이쁘지 않은 마음들이

가끔 얼룩처럼 눈에 띌 때가 있다

이런 영혼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사랑의 고운

말씀 세제 푼 물에 넣어 빨아

성령의 햇볕에 말리는 것처럼

내 영혼도

빨아 말려 봐야겠다

 

좋은 생각과 좋은 말씀과 묵상

좋은 글들이 가끔은

내 영혼을 깨끗이 해주는 역할을 한다

 

깨끗하게 빨아

다림질까지 한 커튼을 

걸면서

먼지를 털어내듯

내 영혼의 

묵은 죄와 먼지들이

어느덧 다 씻겨진 기분이다

Black Coffee  한잔

마시며

이 뽀송뽀송한

기분을 만끽해야지

 

 

며칠 후

헤이즐넛 향이 가시기 전에

모든 그릇장에 있는 

먼지 뽀얀 그릇들도 꺼내

씻어 말려야겠다

그릇들도 이 커튼들처럼

기분전환이 필요할 거야

 

 

  

2011년 4월 14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