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한 날에는
-프시케-
*** 안개 자욱한 날에는
-프시케-
점점이
작은 물방울이
이렇게 많은 걸
가릴 수 있다니
한순간인
지척의 거리도
안개는 아득히
멀게 할 수 있구나
까마득히 멀기만 한
그대의 모습도
안개는
바로 옆에 있는 듯
착각으로 나를
위로할 수 있구나
땅에 발이 닿았어도
나는 안개 위에
둥둥 떠다니는
꽃잎 나팔 입에 문
날개 달린
천사가 되고
과거와 미래를
무시로
넘나드는
꿈속 같은 그러나
꿈이 아닌
자유로운 안개의
요정 되어
소중한 추억 속으로
안개의 타임머신의
버튼을 누르면
길고도 짧은
기억의 저편
아름다운 순간의
구름 위를..
얇은 날개옷
사부작 거리며
넘나 든다
새들의 지저귐에
화들짝
놀라 환상 속을
빠져나오면
걸어온 길 뒤돌아봐도
세월은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그리움
여울진 자리
온데간데없는
슬픈 발자국 찾아
아무리 목 빼고
기웃거려봐도
안개는 끝내
보여주지 않으려
살포시 덮고
시치미 떼고 있다..
이정표 하나 없는
두 갈래 길을
언제나 짐작으로
선택하며
안갯속 가지 않은 길을
걷게 되는 건..
종착역 없이
안갯속을 달리는
완행열차와 같은
우리네 인생의
무임승차 한
모습 때문이지 싶다..
깃발 하나 꽂아놓고
돌아갈 길을 표시하고 싶어도
안개는 짓궂게 따라다니며
내 흔적을
사르르 은근슬쩍 지우며
나 몰라라 한다
새들은 아직도
나무 위에서 지저귀고
몸통 없는 나무 윗둥만
뾰족뾰족 곤두선 채
천연덕스런 얼굴로
딴청 부리며
안개 낀 아침 공기를
들이마신다
이렇게 안개 자욱한
하얀 날이면
아무리 멀리 있다 해도
내가 아름다운 소식되어
그리운 그대에게
단숨에
달려갈 텐데
안개 낀 날에는..
2011년 3월 23일 수요일에 써놓았던 글
2011년 4월 5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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