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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초연할 수 있는 마음

by 프시케 psyche 2020. 6. 28.

 

 

 

 

 

 

 

 

 

 

아침 산책마다 만나는 나의 천사

 

 

 

초연할 수 있는 마음

 

 

- 프시케-

 

 

어느 겨울

헐벗은 나무와

매서운 바람을 

응시하려면

스스로 벌거벗은 나무가 되어

혹독한 눈 속에 서 있거나

 차디찬 바람을

초연히 견뎌야 한다는 

Wallace Stevens의 시를 읽으며 문득

내 마음이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서러움과

슬프고 불행한 느낌을 어제도 맞닥뜨렸었음을 기억해 냈다

스스로 꽤 초연할 수 있으리라던

어떤 사건으로부터의 상황이

나를 이렇게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에 

적잖이 실망햇다

어떤 세찬 바람에도

맞서지 않고 풀잎처럼 눕겠다던

그 의연함 대신

맞서진 않았지만

온유하게 눕기보다

급하게 올라오는 자격지심으로부터의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을

지혜롭게 넘기지 못했다

오만과 편견으로 나의 인격을

스스로 자신하고 판단했던

이 거대한 실수 앞에

나는 또 한 번 벌거벗겨져 

많은 군중 앞에 끌려와 쇠창살을 맞기 직전인

저 성경 속 죄지은 여인과 같은

모습으로 엎드려 있는 느낌이었다

이건 순전한 찔림의 문제있은 것이다

어떤 문제에 있어 

그 안에 해당되지 않다는 것에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제의 중심에 서있지 않더라도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은

그 문제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양심가책이 느껴지거나

본인의 생각에 언저리에 있는 기분이라도

얼굴 화끈 거리는 일이 생긴 것이다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눈으로 집어 들었던 

그 뾰족한 창들을 보지 않기 위해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왔던 

내 모습이 한없이 비겁하고 초라했다

나를 향해 든 창이 아님에도

눈빛으로 다가오는 날카로운 시선을 

느낀 건 순전히 내 마음속 

못나고 어리석은 당당하지 못함  때문일 것이다.

그 자리에 나타나 

누구든지 그 눈으로 들었던 눈살을  

내게 던지려면

자신들의 부끄럽고 죄 없는 자만이

그렇게 할 수 있노라고 외쳐줄

나의 구원의 예수님을 만나기도 전에

서둘러 빠져나오는 내 뒤통수가 

얼마나 초라했는지..

 

아..

나는 얼마나 비겁하고 형편없는가?

아직도 저 눈 속에서 소리 없이 떨고 있는 나목의 의연함을

살을 에는 그 찬바람을 견딜 초연함을

나는 아직 

겨울의 마음으로 볼 줄 아는 

안목이 없단 말인가?

아 슬프고 추운 나의 초라한 인격이여...,

 

 

 

***

 

눈 사람

 

-월러스 스티븐스-

 

서리와 눈 쌓인 

소나무의 가지를 응시하려면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얼음으로 뒤덮인 향나무와

멀리 일월의 햇빛 속에 반짝이는

거친 가문비나무를 바라보려면

오랫동안 추워야 한다

 

바람 소리와

몇 안 남은 나뭇잎 소리에서

어떤 비참함도 생각하지 않으려면

 

그 소리는 대지의 소리

같은 헐벗은 장소에서 부는

같은 바람으로 가득한

 

눈 속에서 귀 기울여 들으며

스스로 무가 된 자는

그곳에 있는 않은 무와

그곳에 있는 무를 본다

 

 

***

 

** Wallace Stevenson의 The Snow Man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상념을 글로 잠시 표현해  보았네요

오랜동안 비워 두었던 블로그에

이렇게 어둡고 칙칙한 글로 시작하게 되네요..

그러나 느낌 그대로..

언제나 나만의 느낌을 적어본 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있는 그대로의 느낌이라 조금은 

거부감이 있으실 수도..ㅎㅎ

양해해 주실 거죠?

모든 블로그 친구님들

저를 그리워 한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친구님들이 

정말 많이 많이 그리웠습니다

이제 자주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4년 9월 29일 월요일  6시 3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