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분 난 햇살과 구름
-프시케-
첫 번째 바람이 물었다
" 왜 얼굴이 그래?"
심드렁한 나무가 이야기했다
"아침부터 하늘이 고장 났나 봐"
"그러게 무슨 일인데?"
두 번째 바람이 물었다
"내려오던 햇살을 누군가가
붙잡아 매었는지
아니면 오는 길에 구름과 정분이 났던지.
아침 햇살이 내게 까지 오지 않았거든..
그래서 난 행복하지 않아"
"그럼 고장 난 하늘은 누가 고치지?"
세 번째 바람이 물었다
" 글쎄...
아마도 햇살이 구름과 눈 맞아 놀다
싫증이 나면.. 네게 비출 수 있을 거야
그래?
" 너는 어디 갔다 오니?
현관 앞에 햇살을 기다리며
심통 난 얼굴로 서 있던 복숭아나무가
내게 물었다
"방금 세 개의 바람이 내게
고장 난 하늘에 관해
소곤거려 주었고,
햇살과 정분이 난 구름이 잠시
한눈파는 사이
그 햇살은
방금 내가 보고 온
데이지 꽃 위에는 살짝 비추었었노라고
너에게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야"
*******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산책에
목이 마른 다올이 도
심드렁하게 따라나섰던
건희도
내가 복숭아나무와 나눈
이야기를 엿듣지는 않은 것 같다..
산책 후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복숭아나무 위에 내려오면
살짝 귓속말로 물어봐야지
너는 구름과 무슨 짓을 한 거니?
하루 끝에 매달린 내 심술이 도졌나 보다
2018년 5월 18일 금요일
* 오랜만에 어제는 오후 늦은 산책을 했다..
다울이는 지쳐서
돌아오자마자 뻗었다
누워서도 숨을 몰아쉬기에
한참을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