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 킨 소로야의 그림과 함께한
바닷가 산책
-프시케-
하얀 포말을 품은 바다는 내 잠을 설치게 했다
긴 앞잠금 단추가 담긴 흰 드레스를 입고
하얗게 난 백사장 ..
마치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에 나오는
바닷가 산책이라도 연출하듯..
챙 넓은 흰 모자 위에 너울거리는
시폰 스카프를 드리우고
앞 트임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발만 그림과 틀리다
아직 아무도 걷지 않은 해변을 걷다
멈춰 선 뒷짐진
손에 들려진
하얀 샌들에선 모래가 아직 서걱대고
아무도 없는 빈 해변에 서서
등위에 너울거리는 긴 머리 날리며
바다와 마주 서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자맥질을 해 바다 깊숙이 들어갔던
파도가 방긋 웃음 짓고
또다시 저 깊은 심연으로 사라진다
혹여나 밀려올지 모를
인어공주를 기다리듯
망연히 바라보는 망망대해
인생의 매 순간
과연 후회 없이 살았는지에 대해
무채색의 내 심장이
빨간색이 아니라
하얀색이 된 느낌이다
잔잔한 파도를 눈에 넣고
깜박이며 내보내는
짠 눈물이 볼을 타고 내리면
보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이
바다 위에 둥둥 떠있을 것 같아
손을 내밀어본다
잡히는 건 오직 그리움을 덧입은
회한이 잡혔다 그대로 흘러내린다
방금 전 씻은 얼굴 같은
바다 바람을 잡아본다
모자람이 채움보다 더 인간답다고
늘 자위를 하면서도
모자람을 채우기 위한
그 무수한 고픔을 향해
난 무엇을 했을까?
내 사연을 안고 스쳐 지나간
그 수많은 바람은
지금 어디에 머물까?
마셔도 마셔도
목마름을 부르는
바닷물의 짠맛은
그 많은 목마름을 채우지 못한 채
어떤 죄책감을 갖고 속죄하고 있을까?
말라붙어 소금이 될 때까지
앙금으로 남은 후회처럼
가슴 한쪽 아리게
서걱서걱 거친 알갱이로 나를 단죄하고
밀려갔다 내 앞으로 다가온
또 다른 파도는
내게 더 이상 웃지 않고
저만치 밀려갔는가 싶더니
등 뒤로 떠오르는 햇살이
바다와의 대화를 시샘하자
모래 위를 살짝 적시며
짜디 짠 바닷물에
신경 쓸 것 없다고
살짝 내 발목을 간지럽힌다
2018 7월 30일 월요일
* 그림은 구글에서 업어왔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라..
Joaquin Sorolla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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