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인가?
-프시케-
류시화 시인님의
짧은 글
"'나의 품사에 대하여"
를 읽으며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집을 비운 요즈음
왠지 허전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건희도 내년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두 아이의 부재로
잠시 떨어진 이 시간도
뭔가 잃어버린듯한 느낌인데
오랜 시간 학교로 떠난 아이들의 빈자리가 줄
그 텅 빈 공허가 사실 겁이 난다.
돌아가신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님께
좋은 손녀도 되지 못했다
받은 것에 비해해 드린 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살가운 딸이 되지 못했다
건희가 한국에 가서
어머니와 동생들 사진을 보내왔다
어머니도 늙으셨고 동생들도
나이가 들어 있었다
나는 내 나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철없이 나만 아는 이기적인 삶을 살았다는 생각을 한다.
우울증?
3년 전 한국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는 친구가
애틀랜타에 어렸을 적 교회 전도사님으로 모셨던 분이
목회를 하고 있다고 그 목사님을 뵈러 왔을 때
잠시 얼굴을 볼 기회가 있었다
건희와 같이 만났더니
건희에게 용돈을 주고 갔다
이번 건희의 여행 때 그 친구에게
인사라도 하라고 만나라 했다
워낙 바쁜 친구라
겨우 압구정동으로 안과 치료를 하러 오는 사이
안과로 가서 인사를 하고 왔다
같이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친한 친구들도 자주 못 보고
왠지 친구들에게서도 멀어진 듯 한 느낌이다
한국에서도 사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자주 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나같이 멀리 있어서 못 보지는 않지 않는가....
친구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지 못했던 나
하나님 아버지께도
좋은 자녀가 되지 못했다
교회의 같은 성도들에게도
좋은 교인이 되지 못한 것 같다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되지도 못하고
아이들에게도
결코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요즘....
왠지 나를 되돌아보니
정말 형편없는 나 인 것 같다
어떡하지?
어쩌면 내가 류시화 시인이 쓴 글 속의
여인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한 여인이 중병에 걸려 생사를 헤매는데
아득한 곳에서 어떤 음성이 물었다고 한다
"너는 누구인가?"
"저는 쿠퍼 부인으로 이 시의 시장 아내입니다."
"나는 너의 이름이나 남편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
"저는 사랑하는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네가 누구의 엄마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
"저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나는 네 직업을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
"저는 기독교인이며, 남편을 잘 내조했고,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네가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
여인은 알 수 없는 음성과의 대화 후 병에서 회복되었고
그 후의 삶이 달라졌다고 한다
자신이 규정지은 한정된 나에게서 벗어나
더 역동적인 존재로 살게 되었다고 한다..
왠지 나도 나를 어떤 틀 안에 나를 넣어 명사에 가깝게 살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명사의 틀 안에서의 나 자신도 사실
게 잘 소화 해내지 못한 역할들이다.
제대로 해내지 못한 역할들을 뒤돌아보니
정말로 그 명사에맞는 진정한 그 명사도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명사의 테두리 안에 갇혀 그 규격에만 있으려 했던 것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조부모님의 손녀, 부모님의 딸. 남편의 아내, 아들딸들의 엄마
친구들의 친구.. 그 어떤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
내 역할을 생각하니
내 인생이라는 영화는 실패작이라는 생각을 한다.
흥행을 위한 인생은 아니지만
영화 후반부에 와있는 내 삶의 스토리가
정말로 내가 생각해도 형편없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본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에서처럼
부고란에 실릴 어떤 좋은 말들이나
미사여구를 위해 사는 삶처럼은 아니라도
내 삶이라는 인생 영화에서
그래도 괜찮았다는 말로 나 자신에게 할 수 있을
자신이 없다
명사보다는 동사에 가까운 역동적인 삶을 살고 싶어 진다.
가끔은 손녀나, 딸이나, 아내나, 엄마나, 친구가 아닌
진정한 나 자신이 되어보는 것..
누군가의 무엇이 아닐 때
나로서의 온전한 내가 되는 것..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그런 삶이 될 것인가?
오늘부터 열심히 생각해 봐야겠다
나의 진정한 품사에 대하여....
2018년 7월 24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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