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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이런 시인

by 프시케 psyche 2020. 7. 6.

 

 

 

 

 

 

 

 

 

 

이런 시인   I

 

 

 

-프시케-

 

새벽을 감싸는 새벽안개가

시인을 불러낸다

 

목마른 화초는 눈 깜박이며

 시인의

물 주기를 기다리고

놀란 토끼도 가던 길 멈추고

시인에게 말을 건다

 

빨간 카디날도

시인에게 시어로 노래 불러주고

 

순간의 감정을 잡아두기 위해

시인의 머릿속의 셔터는

쉴 새 없이 찰칵 인다

 

간혹 기억 밖으로 

새어 나갈 그 어떤 어휘들은 

수갑을 채워 

시인의 조그만 노트 안에 가둔다

 

숲 속 작은 오두막에서

이름 있는 시인이 요리하는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놓듯.

 

맑은 영혼에 각인된 

시인의 모든 어휘를 버무려

최대한의 맛깔난 시를 

요리해 낸다

 

아직은 한적한 숲 속에

갓 만들어낸 시인의 시들은

지나가는 객을 기다린다

 

얼마 안 되는 어휘로 빚은

각각의 시들을

조그만 접시에 담아

소담스럽게 

식탁 위에 차려놓는다.

 

 

사람마다 같은 입맛일 순 없지만

누구든 와서 

맛있게 그 시를 

음미할 수 있기를

시인은 바란다

 

2018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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