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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이런 시인 II

by 프시케 psyche 2020. 7. 6.

 

 

 

이런 시인 II

 

 

-프시케-

 

시인은 

온종일 자연을 헤매며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커다란

망태기 속에 기억시킨다

햇살 한 켜

바람 한 줌

반짝이는 나뭇잎의 숨소리

파란 하늘에 수 놓인 구름 한 조각

색색이 피어있는 꽃들의 개성을 

일일이 새기며

온갖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초록 매미의 구슬픈 울음에도

마음속 비디오에 촬영해 둔다

 

 앙상한 가지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보는 겨울날에도

복사꽃 꽃망울 위로 

봄비 내리는 봄날에도

햇살과 바람이 정분나 

노닥이는 여름날에도

곱게 물든 낙엽 하나둘 쌓인 

낙엽 위를 릴케의 시를 

읊조리며 걷는 가을날에도

시인은 늘 

시를 위한 시어들과 동거한다

 

신비한 나라를 오르락거리고

서풍의 여신과 데이트를 즐기며

무지개 여신과 상담도 하며

아도니스의 연인 프시케에게

극진한 사랑을 배우기도 한다

수천 년 전쯤이야 몇 초도 안 걸려

다녀올 수 있고

앞으로 다가올 상상의 나라로

마실도 다녀올 수 있기도 하다

 

시인은 

오랜 세월을 지나도 지루하지 않은

수많은 시와 만나러

신비의 시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

 

시인은 

바람에 저항하지 않는

풀잎처럼 눕는 지혜로

 긍정적인 양보를 배우며 

장애물을 만나도 맞서지 않고 

비켜서 조용히 돌아서 흐를 줄 아는

물의 겸손함에서

시를 배운다

 

시인다운 시인이 되기 위해

오늘도 시인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독특한 시어를 따러

달과 별을 넘어

검은 벨벳 하늘을 누비며

밤 사색을 하며

꿈을 낚아온다

 

아스라이 밝아오는 여명의

기지개 켜는 어깨를 주무르며

아침 문안을 한다

시 같은 아침을 맞으며...

 

 

2018년 10월 25일 목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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