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인 I
-프시케-
새벽을 감싸는 새벽안개가
시인을 불러낸다
목마른 화초는 눈 깜박이며
시인의
물 주기를 기다리고
놀란 토끼도 가던 길 멈추고
시인에게 말을 건다
빨간 카디날도
시인에게 시어로 노래 불러주고
순간의 감정을 잡아두기 위해
시인의 머릿속의 셔터는
쉴 새 없이 찰칵 인다
간혹 기억 밖으로
새어 나갈 그 어떤 어휘들은
수갑을 채워
시인의 조그만 노트 안에 가둔다
숲 속 작은 오두막에서
이름 있는 시인이 요리하는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놓듯.
맑은 영혼에 각인된
시인의 모든 어휘를 버무려
최대한의 맛깔난 시를
요리해 낸다
아직은 한적한 숲 속에
갓 만들어낸 시인의 시들은
지나가는 객을 기다린다
얼마 안 되는 어휘로 빚은
각각의 시들을
조그만 접시에 담아
소담스럽게
식탁 위에 차려놓는다.
사람마다 같은 입맛일 순 없지만
누구든 와서
맛있게 그 시를
음미할 수 있기를
시인은 바란다
2018년 10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