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가 익었다, 빨갛게
가을인가 봐!
-프시케-
고추가 드디어 빨갛게 익었다
그것도 유난히 하나만...
다른 녀석들은
아직도 초록으로 대롱대롱
키만 훌쩍 큰 고추 줄기에
주렁주렁은 아니래도
뾰족이 얼굴 내밀어
컸다 싶어 따다 먹었는데
얼마나 매웠는지...
약이 오를 대로 올라
매운 녀석들
안다고 놓아둔 이 녀석 하나만
빨갛게 익었다
가을이다..
빨강이 밤새 내게로 왔나 보다
아마도 초록이
이 빨강을 보냈겠지..
밤새 초록 얼굴로
초가을
새벽 서리 맞으며
초록으로 달려
빨강으로 도착한...
온통 붉어진
수줍음으로
내 눈에 대롱대롱..
음~~
너구나..
빨강..
밤새 달려온 너의 손이
시려 보여
덥석 네 손 잡아
녹여 주고파...
폴 베를린의 시처럼..
오늘은 왠지
폴 베를렌의 시 "초록" 이
내게 말을 걸었다
초록
-폴 베를렌-
열매, 꽃가지들이 여기 있소
그리고 오로지 당신만을 향해
고동치는 내 마음이 여기 있소
그대 하얀 두 손으로
찢지는 말아주오
다만 이 순간
그대 아름다운 두 눈에
부드럽게 담아 주오
새벽바람 얼굴에 맞으며 달려오느라
온몸에 얼어붙은 이슬방울
채 가시지도 않았으니
그대 발치에 지친 몸 누이고
소중한 휴식의 순간에
잠기도록 허락해 주오
그대의 여린 가슴 위에
둥굴리도록 해주오
지난번 입맞춤에
아직도 얼얼한 내 얼굴을,
그리고 이 선한 격정이 가라앉게
그대 달래 주오'
그대의 휴식 속에 가만히 잠들 수 있도록
2019년 10월 3일 수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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