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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초록으로 출발해 빨강으로 도착했구나...

by 프시케 psyche 2020. 7. 8.

 

 

 

 

 

 

고추가 익었다, 빨갛게

가을인가 봐!

 

-프시케-

 

 

고추가 드디어 빨갛게 익었다

그것도 유난히 하나만...

다른 녀석들은

아직도 초록으로 대롱대롱

키만 훌쩍 큰 고추 줄기에

주렁주렁은 아니래도

뾰족이 얼굴 내밀어

컸다 싶어 따다 먹었는데

얼마나 매웠는지...

약이 오를 대로 올라

매운 녀석들

안다고 놓아둔 이 녀석 하나만 

빨갛게 익었다

가을이다..

 

 

빨강이 밤새 내게로 왔나 보다

아마도 초록이 

이 빨강을 보냈겠지..

밤새 초록 얼굴로

초가을

새벽 서리 맞으며

초록으로 달려

빨강으로 도착한...

온통 붉어진

수줍음으로

내 눈에 대롱대롱..

음~~ 

너구나..

빨강..

밤새 달려온 너의 손이 

시려 보여

덥석 네 손 잡아

녹여 주고파...

 

폴 베를린의 시처럼..

 

오늘은 왠지

폴 베를렌의 시 "초록" 이

내게 말을 걸었다

 

 

 

 

 

초록

 

-폴 베를렌-

 

열매, 꽃가지들이 여기 있소

그리고 오로지 당신만을 향해

고동치는 내 마음이 여기 있소

그대 하얀 두 손으로

찢지는 말아주오

다만 이 순간

그대 아름다운 두 눈에

부드럽게 담아 주오

 

새벽바람 얼굴에 맞으며 달려오느라

온몸에 얼어붙은 이슬방울

채 가시지도 않았으니

그대 발치에 지친 몸 누이고

소중한 휴식의 순간에 

잠기도록 허락해 주오

 

그대의 여린 가슴 위에

둥굴리도록 해주오

지난번 입맞춤에

아직도 얼얼한 내 얼굴을,

그리고 이 선한 격정이 가라앉게

그대 달래 주오'

그대의 휴식 속에 가만히 잠들 수 있도록

 

 

2019년 10월 3일 수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