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이 의 말없이 요염한 포즈
- 프시케-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화장을 하며 거울 앞에 서면
다올이 녀석은 옆에 납작 엎드려
" 아 , 또 나가는 시간이구나"
라는 표정으로 흰자를 조금 보이는
불쌍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언제나 혼자 집을 보게 해
미안하다
아들 영준이는
혼자 집에 있게 하느니
늘 같이 놀아줄 사람이 있는 곳으로
입양 보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면 의례히
" 다올이 가 가면
엄마 아빠가 외로워..'
라며 말을 돌리지만
어떤 땐 정말 미안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주일 교회 가기 전
잠깐의 시간 동안
짬을 내 같이 눈을 맞춰주면
이렇게 요염한 표정으로
사진 찍게끔 포즈를 취하고
올려다보는 눈이
너무 예쁘고 귀엽다..
말을 못 하는 녀석이지만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잘 읽는지 모른다
밤에 같은 침대에서 자지만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늘 내손을 두드려 나가자고 하고
얼마나 영특한 지 모른다.
말을 하지 못해
말실수도 안 하고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으니
얼마나 좋을까..
시바타 토요 할머니의 시중에
말에 관한 시가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느낄 때
시인은 그 사람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친다는...
요즘 부쩍
말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별 뜻 없이 한 말도
듣는 이에 따라
잘못 해석해 듣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아프게 와 닿아 상처 받을 수도 있을 것이기에
오늘 시바타 할머니의 시를 읽으며
나도 말을 조심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올이 처럼 늘 말없이도
소통을 할 수 있는
침묵을 때론 배워야겠다..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말"이라는 시를 읽으며
문득 어느 주일 아침에 찍은 다올이 의
요염(?) 한 포즈의 사진이
생각나서...
2020년 2월 8일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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