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빗방울...
시.. 바람과 햇살이..
-프시케-
아침에
햇살이라곤 한 줄기 없는
흐린 날입니다
이런 날은
햇살이 가득한
아침을 떠올리며
흐린 날을 즐겨봅니다
사실 커피 향이 더 향기로운 건
맑은 햇살이 있는 날보다는
이렇게 구름이 낀 하늘에
한 두 방을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마시는 날입니다
어제는 앞 뒤뜰에
솔잎을 깔았습니다
햇살이 너무 뜨거운 이곳 날씨에
일 년에 한 번씩은 솔잎을 덮어줘야 하는데
작년 한 해를 걸렀더니
민둥산처럼
화단의 나무 밑의 속살이
훤이 드러나 보여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입니다
매 격주마다 쉬는 날이면
영준 왕자와 건희 공주를
만나러 다니기 급급해
화단이 벌거숭이인걸
보면서도 슬쩍~~
몰라라 했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친구가 멀리서 와
공항에 Pick Up 가야 한다는 준 왕자..
공부할 게 있어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희 공주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주에 가지 않아도 될 이유를 들었으니
잘됐다 싶어
일찍 일어나
솔잎 한 트럭(65 번들)을
싣고 온 옆지기..
한나절
화단의 속살을 덮어 주고
운동을 하자고 했습니다
봄에 한번 스칠 얄미운 꽃샘추위
따가운 햇살을 여름 내내
견뎌야 할 화단에게
솔잎을 선물하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오랜만에 온몸을 써
일을 했더니
골프를 치러 오랜만에
가려했지만
다음에 가기로 미루어야 했지만
몇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기분이 좋아
붉은 솔잎 깔린 화단을
쳐다보며 흐뭇해했습니다
다올이 도 덩달아
봄 햇살을 맞으며
자기를 위해 깔아놓은 방석 인양
털썩 주저앉아 애교를 떨며
좋아라 합니다
한참을 일하다 앉아
올려다본 하늘의 햇살이 눈부셨습니다
땀 흘린 내 목을
시원하게 어루만지던
바람 또한 정다웠습니다
창밖으로 내다본
솔잎 깔린 뒤뜰을 내다보며
따뜻한 커피와
시바타 토요 할머니의
바람, 햇살과
나눈 대화를 읊어보는 아침입니다
어제 내가 만났던
그 바람과
햇살이 아마도
그들의
친구일지도
모르는데
토요 할머니는 천국에
잘 계신지
안부를 물을 걸 그랬습니다
****
바람과 햇살이
- 시바타 토요-
툇마루에
걸터앉아
눈을 감으면
바람과 햇살이
몸은 괜찮아?
마당이라도
잠깐 걷는 게 어때?
살며시
말을 걸어옵니다
힘을 내야지
나는 마음속으로
대답하고
영차, 하며
일어납니다
2020년 2월 24일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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