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링가 티
모링가 티와 달콤한 가막살나무 꽃
- 프시케-
우연히 본 동영상에선
추운 어느 도시
한 남성이
추위에 떨고 있던 한 노인을
차에 태웁니다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을 차에 태우는 일을
많이 주저하거나
피하는 게 다반사인데
이 백인 남성은
어떻게 보면 맷 데이먼을 닮은
아주 단정한 분이었습니다
차에 탄 노인은
동남아 계통의 모습으로 보이시는
아주 연세든 치아가 빠져
입이 오무러진데다
수염이 얼어붙어
콧물과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친절한 이 분의 호의에
감사한지
맑은 눈동자만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노인을 차에 태우고
남성은 날씨가 춥다면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그 노인도 자신의 이름을 밝힙니다
이 신사는 악수를 청하지만
노인은 손이 얼어서 곱았다며
악수를 하지 못하고
자신은 뇌졸중으로 4번이나
쓰러졌다고 말합니다
신사분이 못 알아듣자
S-T-R-O-K-E
라고 스펠로 말해줍니다
신사분은 어디까지 가시느냐 묻고
노인은 버스 정류장까지 간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따뜻한 마음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며칠 전 본 영상이지만
눈에 선명하게 남는
그 노인의 맑은 눈동자와
추워하시던 모습이
계속 아른거립니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제가 마시려는
따끈한 모링가 티를 대접하고
싶어 지는 아침입니다
며칠째 오던 비는 멈췄고
쨍하고 맑은 햇살이 비추자
왠지
또 도요 할머니의
시가 생각납니다
도요 할머니의
단아한 모습과
이 추위에 떨던 할아버지가
번갈아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침입니다
도요 할머니
시를 흉내 내어 끄적여본 글
**
젊은이, 할아버지, 사랑 그리고 나
-프시케-
손이 꽁꽁 언 할아버지
길에 서 계셔
차에 태워 드렸지
그랬더니
사랑까지 따라와
셋이서 온기를 나누었네
"할아버지
많이 추우시죠?"
"네 번이나 쓰러졌었어.."
저는 스티브예요
나는 조이야..
악수를 청하지만
손이 곱아 손을 털며
반짝이는 휘둥그런 눈동자
"늘 따뜻하게 다니셨으면 좋겠어요"
셋이서 침묵으로 나누는 따뜻한 마음
할아버지의
"고마워.. 젊은이" 하는 듯
할아버지는 반짝이던
맑고 검은 눈빛은
차에 두고 내렸지..
모링가 차 한잔 드실래요?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목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되네이며
눈물 글썽이는 아침..
****
바람과 햇살과 나
-시바타 토요-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어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
2020년 3월 2일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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