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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내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

by 프시케 psyche 2020. 7. 9.

 

 

 

 

 

 

 

 

 

 

 

 

 

 

 

 

 

 

 

뒷마당에 피어있는 주일날 찍은 복사꽃입니다

 

 

 

내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

 

- 프시케 -

 

 

우리 집에는

앞에 복숭아나무 한그루와

뒤에 한그루가 있다

이곳이 Peach State이다 보니

복숭아가 달고 맛있어

주위에 복숭아 농장이 있을 정도로

복숭아나무가 흔한 곳이다

오래전 조그마한 나무를 갖다 심은 것이

앞에 있는 나무는 아름드리 

몸통이 제법 굵어

나이 든 중년 여인 같은 허리를 가지고 있다

매년 연말에

가지치기를 한 다음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사슴을 앞에 세워놓곤 한다

그런데 이 녀석이 영 열매를 안 맺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올해도 딱 한송이 꽃을 피웠다

봄에 잎은 올라올지 아직 모르지만

한송이라도 핀 꽃이 기특하기만 하다

그런데 뒤에 있는 녀석은

아직 어린 녀석이라 그런지

가지도 많이 뻗어있고

몇 주 전 옆지기가

늦은 가지치기를 하려다

꽃이 많이 피어있는 바람에

가지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가지가 많아 열매 맺는 것도

사실은 실하지는 못한 것 같다

과실나무를 잘 모르니

가지치기도 때를 놓치고

열매를 못 맺어도

이유를 모르니

답답하기는 한데

잡초 약을 너무 뿌려서 인지

옆지기는

크리스마스 전구에서 나오는

전자파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해서

웃었던 적도 있다

 

이런 두 나무에게서 

핀 꽃들이 너무 예뻐 

두서없이 또 주절거려 보았다

이참에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도 읊어보면서

어쩌면 오래된 시라도

꽃을 떠올리면

머리에 당장 떠오르는 

첫 번째 시가 아닌가 싶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맞는 

나의 이름을 불러주오"

이 구절처럼

나의 빛깔은 어떤 빛깔이며

나의 향기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

꽃에는 저마다 빛깔과 향기가 있듯

사람에게도 

각자의 개성에 맞는 그마다의

빛깔과 향기를 지녔을게 분명하다

나는 어떤 빛깔과 향기를 지니고 있을까?

오늘 아침

어떤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빛깔과 향기를 이름 지어 볼까?

 

 

****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2020 년 3월 9일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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