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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바람불어 좋은 날

by 프시케 psyche 2020. 7. 9.

 

 

 

 

 

 

 

 

 

 

 

 

 

 

 

 

 

 

 

 

 

 

 

 

 

 

 

 

 

 

 

 

 

 

 

 

 

 

 

 

 

 

 

 

 

 

 

 

 

 

 

 

 

 

 

 

 

 

 

 

 

 

 

바람 불어 좋은 날

 

- 프시케-

 

 

한주 걸러 건희한테 올라가

맛있는 한식을 사주거나

영준이를  만나 수다를 떨곤 했는데

건희는 친구 생일파티에 가야 했고

영준이는 6개월 훈련을 떠나기 위한

짐을 싼다고 오랜만에

옆지기와 골프를 치기로 했다

가물에 콩 나듯이 한번 나가는 Field 라도

일단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기분을 알기에

신이 나서 따라나섰다

아침나절

간단하게 연습장에 가서 연습공을 쳤다

쉴 새 없이 두 버켓을 쳤더니

Field에 나가기 전에 힘이  벌써 빠진 듯하다

완연한 봄 날씨다

게다가 봄바람이 살랑살랑

볼을 간질인다.

호수 위로 가로지르는 새들도

한가로이 하늘을 날고

어느 집 앞 작은 호수에

풀어놓은 비단잉어도

유연한 몸놀림으로 헤엄을 친다

Field에 나오면

스코어나.. 공을 치는 행위보다는

주위 풍경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높은 나무 위에 흐드러진

노란 스타 재스민 넝쿨이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

작은 덤불 속 꽃분홍색 철쭉이

배시시  웃어주기 때문이다

옆지기는 혼자 하는 골프보다는

여럿이 뛰는 축구를 더 선호했었다

처음 연애할 때 골프를 권했을 때 

" 여럿이 하는 운동이라야 운동하는 것 같지

혼자 하는 운동은  재미없을 것 같다"라고 말하곤 했지만

지금은 나보다 더 골프를 좋아한다

같이 골프를 치면

골프에 집중한다기보다

주위 풍경에 더 관심이 많은 내가

이해가 안 가기도 할 것 같다

 

나야.. 가끔  나가니 아예 스코어도 없고

내기 골프를 하지 않으니

점수에 연연해하지 않는 건 당연한데

 

한 때 싱글도 치던 옆지기도

요즘 이런저런 일로

Field에 나간 지 오래되기도 했고

지난 1월 에 고모님과 고모부님이

방문하셨을 때 

앨라배마에 가서 한번 치고 온 후

거의 두 달 만에 치는 터라

18홀을 다 돌 때에야 몸이 풀렸지만

9홀을 더 돌까 하다가

마침 뉘엿뉘엿 Summer Time이 해제된 날이기도 하고

석양이 곱게 물든 하늘을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골프 치는 도중에 Fairway를 가로지르려는

고양이를 보고

" 나비야~~ "라고 불렀더니

멈춰 서서 나를 쳐다보길래

한번 더 불러보았더니

그때도 또 쳐다보며 

우리가 카트로 멈춰 선 고양이 앞에

설 때까지 기다리는가 싶더니

그제야 자신의 주인이

아닌 걸 알았는지

쏜살같이 도망간다

고양이를 보고 나니

혼자 있는 다올이 가 생각나

부지런히 발걸음을 돌렸다

 

오랜만에 파릇한 잔디를 밟으니

기분도 파릇파릇 잔디도 

눈짓으로 인사를 했다

많은 비가 내린 뒤라

찰랑한 물 호수 위의 외나무다리는

더더욱 운치 있게

봄의 화폭을 장식해 주었다

물 건너 그린에 볼을 올려야 하는데

한 개는 물방개처럼

톡톡 물 위를 튀어서

물가 둔턱 진흙에 박혔지만

그래도 마음은 

싱숭생숭..

물을 등지고

Address를 할라치면

살랑이는 봄바람이

짧은 치마를 펄럭이자

눈부신 햇살 아래

마음은 두둥실 떠올라

호수 위를 걷는 기분이 되기도 했던

 기분 좋은 하루

바람 불어  좋은 날..

 

 

 

2020년 3월 11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