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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몸이 꿰매고 있는 상처

by 프시케 psyche 2020. 7. 9.

 

 

 

 

 

 

 

 

 

 

 

 

 

 

 

 

 

 

 

 

 

 

 

 

 

 

 

  몸이 꿰매고 있는 상처

 

-프시케-

 

 

다올이 가 내 구두 몇 켤레를

 장례 치르게 한 후

사고를 안치더니

얼마 안 지나

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얄궂게도

 내 가운데 손가락을

서 있게 만들었다

접질렸는지

퉁퉁 부어 구부릴 수가 없다

하필이면 가운데 손가락이....

쉬야를 시키느라

앞뜰 복숭아나무에 잠시 매어놓았다가

들어오고 싶어 하기에

Leash를 잡고 들어가려는 순간

앞길로 할머니 한분이

귀여운 치와와 두 마리를 데리고 지나가자

짖기 시작하면서 아는 척을 한다

얼마나 힘이 센지

마구 그 녀석들에게 가려고

난리 법석이다

혹여라도  작은 녀석들에게

해를 끼칠까 봐

 

일어서 있으면 힘을 못쓸 것 같아

잠깐 쪼그리고 앉아 버팅겼지만

내 생각은 빗나가고

앞으로 큰 대자로 넘어지고 말았다

Leash를 놓치지 않으려고 잡은 채

넘어지는 바람에

가운데 손가락을 접질리고 말았다

열이 나고 퉁퉁 부어

오른손 전체가 얼얼한데

가운데 손가락이 제일 피해를 입은 것 같다

지난번에도 한번 넋 놓고 있다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는데

벌써 두 번째다.

(내 잘못이지만..)

다올이는 

Labardore와 Bulldog Mix라 힘이

여늬 Bulldog 만큼 여간 좋은 게 아니다

그런데

 

저 녀석은 내손을 그렇게 만들어놓고도

천하태평

복숭아꽃 핀 나무 아래서

봄바람을 즐기고 있다

눈을 지그시 감고서

꽃향기에 흠뻑 취해

봄바람과 속삭이고 있다

 

엄마는  손가락을 다쳐

펜도 못 쥐고 타이핑도 어설프고, 

가위질도 못하고

칼질도 못하고

못하는 게 너무 많아 불편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아는지 모르는지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만끽하고 있는 녀석이

손가락 다친 것도 잊고

귀여운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렇듯..

손가락 하나만 다쳐도

무언가를 하는데 불편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냐는 옛말이 있듯

부모에게 자식들을 

하나같이 애잔한 애물단지들이듯

손가락 하나하나가 다 서로 돕는

지체인가 보다

손가락이 열개라 

하나쯤 다치면 다른 손가락으로

그냥저냥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도

막상 다쳐서

한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니

불편한 게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의 손가락들도

서로 다른 저마다의 역할이 있어

아무것도 안 할 것 같던

이 가운데 손가락이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문득

최승호 시인의 시처럼

내 손가락의 상처를

내 몸이 꿰매 주기를 바라며..

일주일을 꿰매든..

보름을 꿰매든

빨리 상처가 아물었으면..

 

 

 

 

 

 

**

 몸의 신비, 혹은 사랑

 

-최 승호-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스스로 꿰매고 있다

의식이 환히 깨어 있든

잠들어 있든

헛것에 싸여 꿈꾸고 있든 아랑곳없이

보름이 넘도록 꿰매고 있다.

몸은 손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몸은 손이 달려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구걸하던 손, 훔치던 손,

뾰족하게 손가락들이 자라면서

빼앗던 손, 그렇지만

빼앗기면 증로로 뭉쳐지던 주먹,

꼬부라지도록 손톱을

길게 기르며

음모와 놀던 손, 매음의 악수,

천년 묵어 썩은 괴상한 우상들 앞에

복을 빌던 손,

그 더러운 손이 달려 있는 것이

몸은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자연스럽게 꿰매고 있다.

금실도 금 바늘도 안 보이지만

상처를 밤낮없이 튼튼하게 꿰매고 있는

이 몸의 신비,

혹은 사랑,

 

 

 

2020년 3월 14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