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두부
도마에 썰기
프라이팬에 부치기
노릇노릇 앞뒤로..
뒤집어서 익는 동안
파를 준비하고
조
쫑쫑 썬 파에 양념을 넣기
마늘'
후추.. 참기름..
고춧가루
멸치액젓이 없어서 fish sauce
깨소금을 마지막으로 갖은양념 넣은 것을 저어서 양념장을 만들기
가르쳐주신 양념은 많았는 데 있는 것만 넣었음..
다 부쳐진 두부 위에 양념을 넣고
무저항 주의자, 박애 주의자
그리고 평화 주의자, 두부
(아재님!! 수라간에 두부조림 준비되었어요..)
- 프시케-
워낙 음식 솜씨가 없는 데다
일을 하느라
시간이 넉넉지 않아
요리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음식은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데
시간과 정성은 떼어놓을 수 없다
유난히 한국음식들은
다듬는 것부터
씻기.. 데치기.. 삶기, 재워두기, 숙성시키기, 볶기
여간 시간이 드는 게 아니다.
그래도 두부조림은
파를 다듬는 시간 빼고
별로 할 일이 없는 듯하여 시작했지만
사실 이 레시피도
시카고 블로거 친구분이 주신 거다
내가 하는 것은 완전 초 스피드 간 단형이었고
양념도 별로 들어가지 않아서
맛도 보기에도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을 듯..
그런데 이게 웬걸
파를 썰어서 양념장 만든 것 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두부를 썰어 부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노릇노릇 예쁘게 구우려고
지켜 서서 기다려주었다
앞뒤가 노릇노릇 해질 때까지
굽고
다시 양념을 각각의 두부에
살짝 얹어주고
그다음 다른 프라이팬에
부친 두부를 넣고
자작하게 물을 부어
졸여 주는 것이다
그전에 내가 하던 두부부침은
이 조리는 과정을 생략하고
부친 다음 바로
양념장을 끼얹어 먹었다
이렇게 졸이는 과정을 추가하니
부드럽고 더 맛이 나는 두부조림이 되었다
이럴 때 또 생각나는 시
서 운규 시인의
"두부가" 있다.
시인은 두부를 자르면서도
시어를 떠올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보다
자신을 담담히 내어주는 두부에게서
박애 주의자를
무저항 주의자를 떠올리는 시인
자신을 마구 자르는 칼을
감싸안는 두부의 용서
원망하지 않고
침묵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평화주의자를 떠올리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 두부를 찌개로든.. 조림으로든 먹는
눈물 없는 죄책감을
느끼며
쓴...
아.. 나는 언제나
저렇게 사물을 시어로.. 시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생길까?
*****
두부
-서운규-
두부를 보면
비폭력 무저항 주의자 같다.
칼을 드는 순간
순순히 목을 내밀 듯 담담하게 칼을 받는다.
몸속 깊이 칼을 받고서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칼을 받는 순간,
죽음이 얼마나 부드럽고 감미로운지
칼이 두부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두부가 칼을 온몸으로 감싸 안는 것 같다.
저를 다 내어주며
칼을 든 나를 용서하는 것 같다.
물어야 할 죄목조차 묻지 않는 것 같다.
매번 칼을 들어야 하는 나는
매번 가해자가 되어 두부를 자른다.
원망 한번 하지 않는 박애주의자를
저한 한번 하지 않는 평화 주의자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죽이고 또 죽인다.
뭉텅뭉텅 두부의 주검을 토막 내어
찌개처럼 끓여도 먹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고 지져도 먹는다.
허기진 뱃속을 달래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2020년 3월 17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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