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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커피 한 잔 그리고 시 한 편

by 프시케 psyche 2021. 5. 12.

 

 

 

 

커피 한 잔 그리고 시 한 편

 

-프시케-

 

 

날씨가 정말 화사한 화요일이다

새로 한 지붕을 보니 

한결 기분이 좋다

신사만 새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나도 새 지붕을 보니 정말 기분이 새롭다..

새로운 건 언제나 기분을 새롭게 하는 게 맞다..

누구에게나..

지붕 회사에서 고치는 분들이

인사이드를 마무리해주시느라

아침 일찍 오신다 해 이틀째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어제는 그분들의 약속 펑크에

허탕치고

오늘은 다행히 여덟 시에 오셔서

일을 마치셨다..

아..~~ 홀가분해라

 

정신없이 바쁜 날들

5월도 벌써 중순을 향해 치닫고 있다

늘 뭔가를 잃어버리기 일쑤인 나

허둥대고 시간에 쫓기는 나는

뭔가를 잃어버려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날이 많다

ㅎㅎㅎ

일생에 반은 뭔가를 찾다가

시간 다 가는 사람이라는 

놀림도 가끔 받는다

이때 문득 떠오르는 시 한 편

 

 

유실물

 

-서 덕준-

 

하루에도 몇 번씩 너를 분실한다

유실물 보관소에도 네게 입혀주던

문장 하나 남아있지 않다

물안개가 창백한 수초처럼 일렁이고

오후는 사선으로 저문다

그때마다 네 눈매의 능선이 그리웠다

이팝나무 꽃이 유언처럼 촘촘한 골목골목이

내게는 모두 무덤이다

너는 지금 어디쯤 서성이고 있을까

나는  늘 잘 잃어버리는 것들을

사랑하곤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찾는 일은 없었다

 

***

 

이 시에서 처럼 나는 잘 잃어버리는 사람인데

잃어버리는 것들을 사랑하는 시인에 비해

나는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들을 늘 

깜박깜박 어디에 놓았는지 모르게 잃어버리는

이 건망증

인생의 반은 찾는데 허비한다는 핀잔을 들어도 싸다~~~

그러나 나는 질 잃어버리는 것들을 사랑해서

그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지 않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오늘 아침 왠지

이 시가 또 내게 말을 걸어왔다

 

 

*** 다올이 의 일기

 

오늘 아침은 엄마 아빠가

나를 뒤뜰에 매어놓으셨다

지붕 하시는 분들이 인사이드를

마무리하러 오신다 했다

나를 무서워할까 봐

밖에 묶어놓으셨지만 나는 궁금하다

어떤 사람들인지 보고 싶기도 하고

사실 얼듯 보아서 알겠지만

한분은 사람 좋게 생기신 빨간 T shirts를 

입으신 분이고 아마도 대장이신 듯..

또 한분은 수염이 있고 젊으신 분인데

팔뚝에 문신이 있다

내가 짖어서 겁을 주려고 했는데

뒤뜰에 있으니 볼 수가 없다

마구 짖어댔다..

엄마와 아빠는 조용히 하라 하시지만

나는 나의 존재를 마구 알려야 한다

ㅋㅋㅋ

다올이 여기 있음~~

저분들을 나도 보고 싶음~~~

나 참 좋은 다올이 인데

보는 사람들은 좀 무서워하니..

엄마 아빠를 이해해 드려야겠다

그래도.. 궁금한 건 못 참아~~

다 끝나고 엄마가 나오셔서

새들에게 인사하고 화분에 물을 준다음

나를 안으로 들어가게 하셨다..

아! 오늘은 너무 짖어서 목이 칼칼하다

엄마가 날계란 하나 주시면 좋으련만~~

내가 들어보니 계란이 떨어졌다고

아빠한테 말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있다가 계란 사 오신 다음에 주실 것을 믿으며..

오늘은 잠이나 실컷 자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보이는 날씨다..

 

 

2021년 5월 11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