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그리고 시 한 편
-프시케-
날씨가 정말 화사한 화요일이다
새로 한 지붕을 보니
한결 기분이 좋다
신사만 새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나도 새 지붕을 보니 정말 기분이 새롭다..
새로운 건 언제나 기분을 새롭게 하는 게 맞다..
누구에게나..
지붕 회사에서 고치는 분들이
인사이드를 마무리해주시느라
아침 일찍 오신다 해 이틀째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어제는 그분들의 약속 펑크에
허탕치고
오늘은 다행히 여덟 시에 오셔서
일을 마치셨다..
아..~~ 홀가분해라
정신없이 바쁜 날들
5월도 벌써 중순을 향해 치닫고 있다
늘 뭔가를 잃어버리기 일쑤인 나
허둥대고 시간에 쫓기는 나는
뭔가를 잃어버려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날이 많다
ㅎㅎㅎ
일생에 반은 뭔가를 찾다가
시간 다 가는 사람이라는
놀림도 가끔 받는다
이때 문득 떠오르는 시 한 편
유실물
-서 덕준-
하루에도 몇 번씩 너를 분실한다
유실물 보관소에도 네게 입혀주던
문장 하나 남아있지 않다
물안개가 창백한 수초처럼 일렁이고
오후는 사선으로 저문다
그때마다 네 눈매의 능선이 그리웠다
이팝나무 꽃이 유언처럼 촘촘한 골목골목이
내게는 모두 무덤이다
너는 지금 어디쯤 서성이고 있을까
나는 늘 잘 잃어버리는 것들을
사랑하곤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찾는 일은 없었다
***
이 시에서 처럼 나는 잘 잃어버리는 사람인데
잃어버리는 것들을 사랑하는 시인에 비해
나는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들을 늘
깜박깜박 어디에 놓았는지 모르게 잃어버리는
이 건망증
인생의 반은 찾는데 허비한다는 핀잔을 들어도 싸다~~~
그러나 나는 질 잃어버리는 것들을 사랑해서
그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지 않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오늘 아침 왠지
이 시가 또 내게 말을 걸어왔다
*** 다올이 의 일기
오늘 아침은 엄마 아빠가
나를 뒤뜰에 매어놓으셨다
지붕 하시는 분들이 인사이드를
마무리하러 오신다 했다
나를 무서워할까 봐
밖에 묶어놓으셨지만 나는 궁금하다
어떤 사람들인지 보고 싶기도 하고
사실 얼듯 보아서 알겠지만
한분은 사람 좋게 생기신 빨간 T shirts를
입으신 분이고 아마도 대장이신 듯..
또 한분은 수염이 있고 젊으신 분인데
팔뚝에 문신이 있다
내가 짖어서 겁을 주려고 했는데
뒤뜰에 있으니 볼 수가 없다
마구 짖어댔다..
엄마와 아빠는 조용히 하라 하시지만
나는 나의 존재를 마구 알려야 한다
ㅋㅋㅋ
다올이 여기 있음~~
저분들을 나도 보고 싶음~~~
나 참 좋은 다올이 인데
보는 사람들은 좀 무서워하니..
엄마 아빠를 이해해 드려야겠다
그래도.. 궁금한 건 못 참아~~
다 끝나고 엄마가 나오셔서
새들에게 인사하고 화분에 물을 준다음
나를 안으로 들어가게 하셨다..
아! 오늘은 너무 짖어서 목이 칼칼하다
엄마가 날계란 하나 주시면 좋으련만~~
내가 들어보니 계란이 떨어졌다고
아빠한테 말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있다가 계란 사 오신 다음에 주실 것을 믿으며..
오늘은 잠이나 실컷 자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보이는 날씨다..
2021년 5월 11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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