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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시 어머니 유품정리

by 프시케 psyche 2023. 1. 5.

 

시 어머니 유품정리를 읽고..

 

일본의 가키야 미우라는 우리 시대의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이다

어느 날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유품정리를 위해 50 중반을 넘긴 며느리 모도코가

20평 남짓한 시어머니가 홀로 사시던 아파트로 가 유품정리를 하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얼마 안 될 거라 생각했던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자 난감하기 그지없다

혼자 처리를 하자니 일을 하고 있는 처지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고

그렇다고 유품정리 회사에 의뢰를 해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남편과 같이 가서 이것저것 발견하는 것들이

반지 하나만 유품으로 남기셨던 친정어머니와는 비교되게

남편의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시 아버지의 40년 월급명세서며

상자마다 담겨있는 편지다발들이며.. 60권이 넘는 옛날 방식의 앨범들을 보며

간직하고 싶다는 남편의 마음과 며느리의 마음이 엇갈린다

많은 사진을 두고도  남편은 어머니와의 추억이 그리워 더 갖고 싶어 하고

며느리는 마음에 드는 것만 사진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버리자고 권하지만

쉽지가 않다.. 게다가 오래된 시어머니의 핸드백을 두고도 남편은 아내가 유품으로

간직해 줬으면 하지만 며느리는 탐탁지 않다..

벌써 유행이 지난 시어머니 시대에 유행했던 핸드백을

간직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남편은 딸에게까지 물어보자며

없애기를 꺼려하고 남편과 의견충돌을 막기 위해 딸 에게 묻는다며 그 화제를 돌리며

딸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버릴 예정이다.

게다가 날을 정해놓고 방문하는 시어머니 아파트에서는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원을 켜두지 않은 코다츠(일본인들이 테이블 위에 이불을 덮어놓고 다리를 불로 쬐는 기구)

에 온기가 있는가 하면.. 열어두었던 문이 닫히고.. 썩어있던 야채가 치워져 있는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나중에 이런 것들은 시어머니가 베픈 온정을 가진 이웃들이 와서

치워주기도 하고.. 멀리 이사 가는 친한 친구로부터 받은

몸집이 큰 토끼(며느리 오토코는 시어머니 토끼인줄 알고 키워야 하는지 말지를 고민하던 중이었다)를

아이 어머니의 반대로 키울 수 없는 옆집 아이를 위해 대신 키워주며 아이가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베란다에 구멍을 내주기도 한다. 또 다른   옆집 사는 여인 사나에는 전남편에게 돈을 뜯기는 것을 보다 못해

그것을 막아주기 위해서

또 다른 벽에 구멍을 내어 전 남편이 찾아오면 몰래 시어머니 집으로 잠시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동네에 사는 자치회 부회장이라는

단노  할머니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이자도 없이 돈을 빌려주었던 이야기도 듣게 되는데

시어머니가 남긴 작은 공책에 그날그날 있었던 메모식 일기로 여러 미담들을 알게 된다

단노와  이웃사람들이 생전 시어머니를 좋은 사람이었다고 평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베푸는

따뜻한 온정에.. 많은 유품을 남기고 간 시어머니가 원망스럽고 부담스러웠다가  이웃들로 인해 시어머니의

다른 면... 돈을 아끼는 사람이지만 어려운 사람에게  배려할 줄 알고, 곤란한 일을 당한 이웃에게는

방편을 마련해 주는 좋은 성품을 알게 되기도 한다.

결국 기이한 일이었던 썩은 야채를 치운 것은  옆집 여인 사나에가 좋은 마음에서 한 것이었고

토끼를 보러 뚫려있는 구멍사이로 왔다 간 옆집 아이의 흔적이었던 것을 알게 된다.

남에게 신세를 지려하지 않았던 남다른 자제력과 남의 신세를 지지 않으려는 깔끔하지만

적당히 선을 긋는 듯한 거리를 두며 관계를 맺던 친정어머니와 비교하며

시어머니에 대한  좋은 감정을 유품정리하는 동안 점차 갖게 되는

 며느리의 심정을 잘 묘사한 소설이다.. 남편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게 된다.

맞벌이하는 부모의 부재로 늘 밖에 나와 기다리는 이웃집 아이 아오에게 온정을 베풀고 싶었지만

오해가 생길까 봐 꺼리던 중.. 남편이 어느 날 아오를 집에 불러 토끼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그도  시어머니의  DNA를 닮아  시어머니 같은 따뜻한 성격일 거라 믿으며 더 남편을 사랑스럽게 보는 장면도

훈훈했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요즘은 미니멀 라이프라 하여 집안에 물건을 줄이려.. 웬만한 것들은 버리며 단출하고 깨끗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오히려  버리지 못해 어쩌면 이 소설에 나오는 시어머니처럼.. 아이들의 어렸을 적 학교 공부한 것들이며

그림 그린 것.. 만든 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며 이 소설의 시어머니 마음에 공감을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의 어렸을 적 옷이며 장난감들도 안 버린 것들이 더러 있기도  해서.. 왠지 뜨끔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옛날 어머님들이 좋은 그릇을 손님 올 때나 내놓는다고 쌓아 두거나..

좋은 물건들을 아껴두는 경우가 있었던 게 많았던 시대가 있었다

요즘은 젊은 부부들이며 많은 사람이 사고 얼마 안 가 버리기를 밥먹듯이 하고

 되도록이면 집안에 물건을 두지 않고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사는 것을 잘 안다.

그러므로 인해 세상은 쓰레기 아닌 좋은 물건들이 마구 버려지는 일로 인한

환경문제도 심각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에는 그리 관심이 없다

자신의 집과 자신의 주변환경만 깨끗하면 그만인 생각이다

나 같은 경우도 이제는 버릴 것들은 버려야지 하면서도 막상 버리려고 시작하면 버릴 것이 없다

언젠가는 쓸 것 같은 기분, 필요하면 또 사야 한다는 생각..

필요할 때 옆에 없으면 난감할것 생각..

안 버리고 안 사는 것도 환경오염에 도움이 되는 거야 라며

자기 위안같은 핑계를 하며 또다시 슬그머니

버리기를 미룬다

 

여기저기서  1달 이상 안 쓴 물건은 버려도 무방하다는 말.. 일 년을 안 쓴 건 영원히 안 쓴다는 

말들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못 버리는 내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반추해 본다..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 버릴 것들은 버리고 정리를 해야겠다... 또 시작을 하면 망설일지언정...

 

 

왠지 나랑 이 시어머니가 같은 것 같아 시어머니의 심정으로 읽다 보니.. 마음이 짠~ 하기도 했던 책이다...

 

당장 시간되는 대로 버리지 않은 물건들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2023년 1 얼 2일 화요일

 

 

원제

垣谷美雨의 『あなたの人生、片づけます』

『Anata no Life, Katazukemasu』 by Yumi Yuen

垣谷美雨의 『あなたの人生、片づけます』

Miu Kakitani “I will clean up your life”

가키야 미우의 『당신의 인생,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