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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가을 무덤祭亡妹歌(제망매가) - 기 형도-

by 프시케 psyche 2024. 1. 12.

 

 

* 우리는 배우 한 사람을 잃었다

어쩌면 이 배우의 유가족들의 심정이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기형도 시인의 가을 무덤을

읽어 보았다

 

 

 

https://youtu.be/ti-DNmlXDFA

 

 

가을 무덤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누이야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이 零下(영하)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덥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날으는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 나온다.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아침은 항상 우리 뒤켠에서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부딪히며 河口(하구)로 떠내려갔음에랴.

우리는神經(신경)을 앓는 中風病者(중풍병자)로 태어나

全身(전신)에 땀방울을 비늘로 달고

쉰 목소리로 어둠과 싸웠음에랴.

편안히 누운 내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술을 부으면

눈물처럼 튀어 오르는 술방울이

이 못난 영혼을 휘감고

온몸을 뒤흔드는 것이 어인 까닭이냐

 

 

 

2024년 1월 11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