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 이 성복

by 프시케 psyche 2024. 1. 23.

 

 

**

 

우리 집 뒤뜰에는 

해마다 봄이면 새들이 집을 짓는다

처마밑 화분위에다 어김없이

몇 년째 집을 짓고 있다

이성복 시인의 시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이 시를 읽으며

아마도 시인은

도시화되어있는 

서울의 차가움을 노래하지 않았을까

아파트 같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에도

새가 집을 짓기는 하겠지만

너무 메마르고 차가와진

빌딩숲에 과연 새가 집을 지을 곳이

얼마나 될까?

가여운 새들의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다

아파트 위의 기저귀는 막 태어난 아기를 연상시키지만

수의처럼 바람에 날린다에서

벌써 죽음을 이야기한다

죄의 색깔이 바뀌는

늘 죄짓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철면피를 

이야기한 것일까?

돌틈새로 나오는 풀들의 목마름

나도 언젠가 드라이브웨이 시멘트 금 간 틈을 비집고 나오는 풀을 본 적이 있다

그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을 하면서도 안쓰러웠다

포장이 된 집 앞 아스팔트 금 간 틈새에도

간혹 얼굴을 내밀고 세상을 기웃거리는 풀들..

아..

세상은 어쩌면 자연을 위한 어느 한 곳조차 시멘트로 

막아버리는 게 아닐까?

흙과 새집이 그리운 날들..

오늘 아침에 이 성복 시인의 시를 읽으며

주저리주저리..

 

 

 

 

 

2020년도 쥣뜰에 집을 지은 새 가족

 

https://youtu.be/cx3dU7ughV8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 이 성복-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순간순간 죄는 색깔을 바꾸었지만 

우리는 알아채지 못했다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아파트의 기저귀가 壽衣처럼 바람에 날릴 때 

때로 우리 머릿속의 흔들리기도 하던 그네,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아파트의 기저귀가 壽衣처럼 바람에 날릴 때 

길바닥 돌 틈의 풀은 목이 마르고 

풀은 草綠의 고향으로 손 흔들며 가고 

먼지바람이 길 위를 휩쓸었다 풀은 몹시 목이 마르고 

 

먼지 바람이 길 위를 휩쓸었다 황황히, 

가슴 조이며 아이들은 도시로 가고 

지친 사내들은 처진 어깨로 돌아오고 

지금 빛이 안 드는 골방에서 창녀들은 손금을 볼지 모른다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물 밑 송사리 떼는 말이 없고,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2024년 1월 2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