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아기새의 작은 무덤

by 프시케 psyche 2024. 9. 1.

 

 

 

아기새의 작은 무덤

 

 

 

 

우리 집에는 매년 새들이 와서 집을 짓고 부화를 해 떠나곤 했다

어떤 해는 2번의 집을 지어 알을 낳고 부화를 해 날아가고

어떤 해는 3번의 집 짓기와 부화를 해 날아기를

뒷마당 포치에 매달아 놓은 Spider Plant 화분에 늘 알을 낳았었다.

한 번도 한 마리의 새가 낙오하는 일이 없이

잘 부화해서 날아가면

그해는 무사히 새들이 자신들의 삶을 위해 시작하는 순간을

축하해 주곤 했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에 가지 바로 전인 6월 18일에

둥지에 한 마리의 새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가슴이 철렁하면서 어쩔 줄을 모르다가

화분을 내리고  새를 꺼낸 후

살려 낼 수 없음을 알고

새를 위한 무덤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새를 깨끗한 종이 습자지에 묶어서

연분홍 끈으로 묶은 다음

뒤뜰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

무덤을 만들고

십자가를 만들어 꽂아주며

마음이 몹시 아팠다

아직 세상에 날아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뜬

새의 조생이 가엾기 그지없다

물론 그 아기새의 운명이었겠지만

계속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 새의 죽음이 있기 전

이상한 일이 발생하긴 했었다.

새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알을 낳았을 때부터 주욱 지켜봐 오던 어느 날

새들은 부화를 해서 털이 막 나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여느 때처럼 둥지를 살폈지만

새들이 하나도 없는 게 아닌가?

너무 가슴이 철령 해서 혹시 매나.. 독수리가 물어갔나 하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더니

5마리 모두가 둥지밑 솔잎을 깔아준 땅에 떨어져 있었다

너무 놀라 자세히 보니

모두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

다행이다 싶어 다섯 마리 모두 둥지에 다시 올려놓고

지켜보았는데 모두 잘 자라고 있는 듯 보였다

궁금했던 게

누가 그 어린 새들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렸을까?

독수리엄마같이 약한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하지만

이새는 작은 Brown Thrasher 다 

그렇다고 매나, 큰 새가 와서 그랬을 리도 만무하고

아직까지 그 일은 미스터리이다.

점점 깃털이 짙어지며 잘 자라는 듯 보였으나

어미새가 보이지 않아 그 또한 의아해 하긴 했다

그래서 혹시 몰라 작은 파리를 잡아 먹이로 주곤 했었다.

다른 새들은 잘 받아먹고 잘 자라 다 날아갔는데

나중에 남은 한 마리는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이 작은 아기새의 

날갯짓 한 번 못해 보고 떠난 그 짧은 조생이 슬프다..

이 글을 쓰려고 했으나 6월 22일에 한국방문을 하고 돌아와

이제야 포스팅을 한다..

작은 아기새야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렴..

 

 

 

 

그날 아침 발견한 아기새

 

작은 무덤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운 종이에 싸매어 주었습니다
땅을 깊게 파고
묻어 주었습니다
부디 잘 가거라..
조그만 십자가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기새의 무덤
Rest in Peace.
Love..2024년 6월 18일
혹여나 다른 동물들이 해칠까봐 조그만 화분을 쉬워 주었습니
8월 2일에 확인 해 보았더니 그대로 있습니다

 

볕이 잘 드는 곳이어서 안심입니다
햇살이 비추는 아기새의 무덤
8월 28일 에도 확인 해보았는데 괜찮습니다
아기새야 그곳에서는 맘껏 날아보렴..
너를 기억해줄께

 

햇볕 쏟아지는 아기새의 무덤 8월 28일에..

 

누구도 파헤치지 못하도록 화분을 씌워 놓았습니다

 

아직도 그자리에서 쉬고 있는 아기새..

 

 

 

아기새의 죽음

 

-프시케-

 

 

 세상을 조금밖에 경험했다고

억울해하지 말거라

어쩌면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으리..

 

한 번도 날아보지 못했다고

서러워하지 말거라

창공을 나는 시원함은 있을지라도

너보다 강한 새의 공격을 

겁내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으리..

 

어여쁜 목소리로 노래를 더 많이 부르지  못했다고

슬퍼하지 말거라

아무리 목청껏 불러도

들어주는이 없이 소음으로 듣는 이도  있으리..

 

맑은 햇살과 바람 쉬 드나드는

녹색잎 흔들리는 곳에 보금자리 마련했으니

작은 아기새야 편히 쉬렴

 

아침이면 네가 잘 있는지

널  지켜주는 따뜻한 날개 같은 

포근한 눈길이 있음을..

늘 기억해 주렴

 

그곳에선 작은 날개로  날개짓을 하고

부디  그 작은 눈망울로 세상을 살고

숨을 크게 쉬고 마음껏 목청껏 노래를 부르렴

가여운 작은 새야

안녕..

안녕..

 

 

2024년 8얼 31일 토요일

 

 

'마음의소리 > 오늘은 이런일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묵의 소리 - Semptember Morning....  (4) 2024.09.01
낯선 곳으로 - 자작 글  (10) 2024.09.01
Congratulations to my Captain Son!  (24) 2024.08.28
Happy Father's Day!  (31) 2024.06.17
엄마의 마음  (41) 202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