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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낯선 곳으로 - 자작 글

by 프시케 psyche 2024. 9. 1.

 

 

하트모양의 잔에 커피한잔과 치자꽃과 장미.

 

 

 

낯선 곳으로 

 

-프시케-

 

우리는 이별이 두려워

만남을 망설이기도 한다

반려견과의 헤어짐이 너무 커

한번 헤어지고 나면

다음 반려견을 데려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별하지 않을 것 같은

불같은 사랑도

차 차 열기가 식어

시들하면 이별로 이어지는 때가 허다하다

이별이 쌍방 간에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라면 좋으련만

언제나 이별은 일방적일 때가 많다

원하던 원하지 않든 간에

왠지

이 이별이 그런 느낌을 준다

12년 동안 열심히 동고동락하던

애인과 이별하는 기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들던 짐가방을 싸들고

낯선 거리에 선 기분이다

때는 바야흐로 가을..

더더욱 짐가방과 내가

홀로 인듯한 기분

잠시 거처를 옮긴

언젠가 마련해 둔 곳으로 

옮기기는 해도

왠지 모든 것들이 

낯설다

아웅다웅

친밀하게 나누던 대화의

아기자기 함보다는

시골에서 갓 상경해

어느 도시의 대형 아파트에

입주한 느낌이랄까

이전에 살던 곳은

이웃들이 다 정들어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알 정도였던 것이

이름도 많고 방도 많은

이 대형 아파트에는

아직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 길이 없다..

 

문득 문두 드려

인사 오시는 친절한 이웃들이

드문 드문

살짝 안부를 놓고 간다

이렇게 다시 정들어가는 

이 넓은 곳에

어떻게 정착할 것인지가

또한 숙제인 듯..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같은 동네에 계시던

이웃이 몇 분 이사오셔서

인사 주시면

더없이 반가운..

아..  이별의 비애..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

 

 

***

 

 


이별의 말

 

오세영

 

설령 그것이

마지막의 말이 된다 하더라도

기다려 달라는 말은 헤어지자는 말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하는 것이다

"안녕"

손을 내미는 그의 눈에

어린 꽃잎.

한때 격정으로 휘몰아치던 나의 사랑은

이제 꽃잎으로 지고 있다

이별은 봄에도 오는 것,

우리의 슬픈 가을은 아직도 멀다.

기다려 달라고 말해 다오.

설령 그것이 마지막의 말이 된다 하더라도,


2020년 8월 29일 토요일

 

 

* 4년 전 나는 이런 시를 읽고 

이런 글을 썼었구나

낯선 곳으로..

마음속 낯선 곳 어딘가에 갔던 것일까?

 

 

 

 

2024년 8월 31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