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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것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 행위입니다.
사물을 관찰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끄집어내야 합니다.
"시는 아름다움의 세계를 표현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 예쁘게 깎은 연필로 백지만이 쓰면
배가 불렀습니다.
그것은 순수한 가능성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11월이 되니
5년 전 고인이 된 배우 윤정희가 생각이 났다
그때 써 놓았던 글이 있어
다시 한번 포스팅을 해본다
윤정희 배우의 노년에 찍은 영화
'시'를 보며 짙은 여운이 남았던 몇 년 후
오랜 지병인 치매로 세상을 떠난 해에 썼던 글이다.
이곳 애틀랜타 문학회에서 신인 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을 받았을 때
윤정희 배우가 입었던 한복 색깔과 같
은 한복을 입었던 2020년도의 11월도
얼핏 스쳐 지나간다.
일본의 시바타 도요 시인과 윤정희 배우를 언급하며
수상소감을 영상으로 만들었던 기억도 난다.
어김없이 11월이 되면 새록새록 윤정희 배우의 그 영화
'시'가 떠오른다..
***
https://youtu.be/HZp3aXsbj4Y?list=PL0ODGJVltMPFcTDt2C6Fdp0EMdDu-DgZz
가을을 앓기도 전에...
- 프시케-
며칠 전 뉴스를 통해
배우 윤정희 씨의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을 들었다, '
워낙 오래된 여배우여서
기억도 하지만
몇 년 전 본 영화 시를 통해
많이 나이 든 모습을 보며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의 찰나를
느낀 적이 있다
벌써 10년째 투병 중이라 하는데
아마도 "시"라는 영화를
찍을 때에도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듯싶다
공교롭게도
시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미자" 도 치매 진단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는 영화에서
모든 것을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도
심지어 자신의 병마저도
가볍게 생각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영화에서의 모습은
그녀가 나이가 들었음에도
요즘처럼 시가 죽어가고 있는 시대에
시를 위해
시를 써보기 위한 그녀의 몸짓과 생각들이
가상할 만큼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시는 반드시 아름다운 세상과 아름다운 것들에서 만
나오지 않음을
고통스럽고 혐오스럽고 슬픈 아름답지 않은 세상의
상황에서도 그 모든 것들을
시로 승화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시인의 모습이며 자세인듯한 느낌을 받은 영화가
어렴풋이 생각나면서
윤정희 배우의 주름진 얼굴에서 읽히는
세월의 흔적과
곱게 차려입은 시상식 한복을 보며
야위고 나이 든 여인의 희미한
미소 속 서글픔이 느껴졌었던 그 어느 날
그녀의 영화 "시"를 떠올리며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눈꺼풀 내려앉은
그녀의 눈웃음을 보며
영화 속에서 나왔던
미자가 지었다던 (정작 그 시는 감독
이창동 씨의 작품이라고 한다)
아네스의 노래가
이 아침 그녀의 투병소식과 함께
내게 와 말을 걸었다
시를 써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재능의 부재로 늘
시 다운 시를 쓰지 못하는
나를 안쓰러워하는 요즘
가을이 오는 듯 스치며
어느새 짙은 밤색의 깊은
11월이다..
그것도 벌써 중순...
가을을 앓기도 전에
지나가나 보다..
****
아네스의 노래
-이 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랫소리에
얼마나 마음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2019년 11월 11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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