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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강 - 김재윤-

by 프시케 psyche 2024. 12. 16.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왠지 눈물이 났다

조앤 바에즈의

"The river in the pines"를

다시 들어보았다.

더 눈물이 났다

 

 

얻는 것이 잃는 것이며

잃는 것이 얻는 것을 아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말한 시인

살려고 시를 쓰고

죽어라 시를 쓰는 사람 김재윤시인 의 

시를 읽자

게으른 나의 글쓰기가

부끄러워졌다

살려고 시를 썼나?

죽어라 시를 썼나? 

시를 쓴다고 다 시인이 아니라는 말에

점점 더 작아지는 나를 보았다

 

**

 

 

김재윤 시인은 2020년 

《열린 시학》 2020 겨울호에서 제10회 한국예술작가상을 수상했다.

「수국」 외 9편이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를 쓴다고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인은 얻는 것이 잃는 것이고

잃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입니다.

욕망이 나를 갉아먹어

나 ‘없음’과 사랑이 나로부터 샘솟아

나 ‘없음’을 아는 사람입니다.

살려고 시를 쓰고,

죽어라 시를 쓰는 사람입니다 ”

 

김재윤 시인의 당선 소감도

한 편의 시다

 

 

 

 

- 김 재윤-

 

 

형님이 다녔던 대학에서

형님에게 보낸 우편물이 도착했다

의문사로 세상을 떠난 형님의

대학원 등록금을 찾아가라는

통지문이 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등록금이라도 대학에 두고 있어야

형이 공부를 할 수 있다며

찾아오지 말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보셨다

 

서울에서 재수하던 나는

어머니 옷장 깊숙이 놓여 있는 통지서를 꺼내

서울로 왔다

 

대학 정문 앞에 도착하자

발이 자꾸 머뭇거렸다

학교 정문 앞 건물 지하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늘 우유를 주문했던 나는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가 탁자 위에 놓이는 순간

조안 바에즈의 "The River In The Pines"가 흘러나왔다

 

그 노래에 따라

사물들이 하나하나 멈춰 섰다

한 장면씩 한 장면씩 정지됐다

모든 게 멈췄다

 

그 노래를 켠 커피숍 주인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계산대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나도 정지되어 있어서 볼 수가 없었다

 

어머니 계좌로 등록금을 입금한 뒤

공중전화로 어머니께 전화했다

 

벽에 걸린 형님 사진이 담긴 액자와

어머니 사이로 강이 흘렀다

 

 

 

2024년 12월 15일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