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왠지 눈물이 났다
조앤 바에즈의
"The river in the pines"를
다시 들어보았다.
더 눈물이 났다
얻는 것이 잃는 것이며
잃는 것이 얻는 것을 아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말한 시인
살려고 시를 쓰고
죽어라 시를 쓰는 사람 김재윤시인 의
시를 읽자
게으른 나의 글쓰기가
부끄러워졌다
살려고 시를 썼나?
죽어라 시를 썼나?
시를 쓴다고 다 시인이 아니라는 말에
점점 더 작아지는 나를 보았다
**
김재윤 시인은 2020년
《열린 시학》 2020 겨울호에서 제10회 한국예술작가상을 수상했다.
「수국」 외 9편이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를 쓴다고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인은 얻는 것이 잃는 것이고
잃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입니다.
욕망이 나를 갉아먹어
나 ‘없음’과 사랑이 나로부터 샘솟아
나 ‘없음’을 아는 사람입니다.
살려고 시를 쓰고,
죽어라 시를 쓰는 사람입니다 ”
김재윤 시인의 당선 소감도
한 편의 시다
강
- 김 재윤-
형님이 다녔던 대학에서
형님에게 보낸 우편물이 도착했다
의문사로 세상을 떠난 형님의
대학원 등록금을 찾아가라는
통지문이 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등록금이라도 대학에 두고 있어야
형이 공부를 할 수 있다며
찾아오지 말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보셨다
서울에서 재수하던 나는
어머니 옷장 깊숙이 놓여 있는 통지서를 꺼내
서울로 왔다
대학 정문 앞에 도착하자
발이 자꾸 머뭇거렸다
학교 정문 앞 건물 지하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늘 우유를 주문했던 나는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가 탁자 위에 놓이는 순간
조안 바에즈의 "The River In The Pines"가 흘러나왔다
그 노래에 따라
사물들이 하나하나 멈춰 섰다
한 장면씩 한 장면씩 정지됐다
모든 게 멈췄다
그 노래를 켠 커피숍 주인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계산대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나도 정지되어 있어서 볼 수가 없었다
어머니 계좌로 등록금을 입금한 뒤
공중전화로 어머니께 전화했다
벽에 걸린 형님 사진이 담긴 액자와
어머니 사이로 강이 흘렀다
2024년 12월 15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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