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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詩가 문득 내게 말을 걸어 올 때

안개 속에 숨다

by 프시케 psyche 2012. 12. 15.






안개 속에 숨다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은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 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곁에 머물 수 없는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 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것..

나무뒤에 숨는 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


이시를 안보고 써보았다

외웠다고 외웠는데

써보니

한귀절을 빼놓고 썼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왜 이대목이 생각나지 않았을까?


ㅎㅎㅎ


요즘 부쩍 안개에 빠져 있다

안개낀 날씨를 자주 접해서일까

얼마전 놓쳐버린 정말 

아름다운 안개낀 풍경탓일 게다..

아직도 선한

그 짙은 안개..




2012년 12월 1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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