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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묵향이 그리운 날에

by 프시케 psyche 2020. 6. 21.

묵향이 그리운 날에

 

-프시케-

 


 







 

 

 

 

 

** 

 

 

 


오늘도 아이들의 개학 후

다소 발걸음이 빨라진 듯한 토요일입니다

이슬을 밟으며.. 산책한 상쾌한 아침이었답니다

이제..

나른하게 풀어져 있던 게으름을

추스르고 다시 모든 것들에게 박차를 가해야 하는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개학을 하고..

지나간 몇 주가..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요 근래에 하고 있는 것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심정..

마음이 아팠던 시간.. 그리고 지금의 마음 상태를..

글로 적어본 것을 올려 드립니다..


***

 


묵향이 그리운 날에..

 

 


마음속 깊이 간직한 욕망의

분출처럼..

자신만만한 나의 이 이기심을

묵향에게 들켰습니다..

검고 고혹적인

향기에 취해

잠시나마 아름다운 

유혹으로 시작한 나의 이 무모함이

묵향에게 부끄럽습니다

오래도록 몸에 익은 

순전한 실력이 아니라

다만 형식에 지나지 않는 

나의 성급한 흉내내기를

묵향은 소리 없이

조용히 꾸짖습니다..


한 가지를 해도

정성과 노력의 결과로

완성하기보다는

숫자가 많아진 연습을

겉치레로 보이려 하는 

나의 얄팍한 허영심을

묵향의 단호한 눈길로 

쏘아봅니다

깨끗한 마음속으로부터의

정결함으로 준비되기보다는

어수선한 환경 속에서

감히.. 시도했던 나의 무례함을

묵향의 톡 쏘는 향으로

깨닫게 합니다....

오랫동안 연구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완성되어야 할

그 과정이..

휘~익 하고 그어버리는 

나의 건방진 획들을

묵향이 지면 위를 지나면서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기에

심혈을 기울여 정성을 들여야 함에도

알량한 열정을 닮은 욕심으로만 설쳤던

저의 이 신중하지 않은 경솔함을

묵향의 짙은 한숨으로 

타이릅니다..

신중한 마음으로 가다듬은

순수한 마음을 담아야 함에도

쫓기듯 생각 없이

종이만을 채우는 저의 성금함을

곧지 못한 난 잎과 일그러진 꽃잎들이 

애처로이 떨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꿈을 이루는 마음으로

평온한 마음으로 잡아야 하는 붓끝에

온갖 세상의 근심 걱정과

소음을 담아 힘없이 내리긋는

한 획 한 획에 드러난..

불균형의 모습이 불안한 듯

어쭙잖게 나를 올려다봅니다..

 


일정하게 시간을 배정하여

꽃에 물을 주듯

엄마의 정성 어린 보살핌의

태도로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다 남은 자투리 시간에

끼워 맞춘 나의 무관심에게

슬프게 속삭입니다..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 같은 묵향으로..

벌써 몇 주째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마음의 안정을 위한 도피로..

한없는 음률의 정원 속으로

굶주린 영혼을 위한 아름다운 

어휘들의 잔치 속에서..

나른하게 늘어져 있어도.

불현듯.. 그리운 님이 떠오르듯...

향기롭고 차분한 그리움이 차오릅니다

아련한 아픔처럼 

하얀 종위 위에 나쁜 사쁜 걸어올 

새로움의 자취를 위한

그윽한 묵향을 향한 그리움이..

오래된 친구의 친근한 눈웃음으로

저에게 눈짓을 합니다.

묵향이 그리운 날에는..

 

 


****

 

 


2009년 8월 8일 토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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