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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가여운 어린 영혼들에게 주는 편지

by 프시케 psyche 2020. 6. 28.

가여운 어린 영혼들에게 주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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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어린 영혼들에 주는 편지

 

- 프시케 -

 

밖엔 땅을 치며 눈물이 서럽게

통곡하고

풋풋한 미소들이

잠시 멈춘

저 어린 영혼들에

무슨 말로 위로할까?

너무 이른 이별에 

삶의 의미마저 잊어버릴

부모님의 마음은 또 어이할 거나

고 달프 디고 달픈

내 삶의 가여움도

같이 뒤섞여

덩달아 

가슴속으로 내리는 

회한의 뾰족한 꼬챙이 되어

내 마음을 찌른다

철벅 철벅

장화 신고 걸어도

출렁이는 눈물..

생각만 해도 슬픈 바다여

그 속에서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앞에서 옆에서

하나둘 눈감는 친구 늘어갈 때

얼마나  놀랐을까..

쉴 새 없이 흐르는 이 눈물들을 다 

어쩌란 말인가?

잘 가거라 가여운 아가들아

풋풋한 미소들이여 나비 되어

훨훨 날아가거라

두 주먹 꼭 쥐고

잠자듯 누워있던 딸들아 아들들아

가여운 우리의 아가들아..

못다 핀 꽃봉오리

그곳에서 

고운 꽃 되어

향기로 이곳에 

소식 전해 주렴

작은 편지로 배 띄운 할아버지께

등 떠밀어 소풍 보낸 할머니께

미쳐 사랑한단 말 한마디 못 드린 아버지께

늘 투정만 부리며

마냥 곁에 있을 수 있다고 믿었던 어머니께

티격태격 다투기만 하고 화해할 시간도 없었던  오빠, 언니들에게

사가려던 선물 미쳐 못 가져간다며

짧게 보낸 메시지가  마지막이 된 동생들에게

그곳에서 만나

못다 한 이야기 나누자 

그때는 웃고 웃자..

남겨진 이들의 슬픈 모습들

내려다보며 

발걸음을 떨어지지 않는

저 가여운 영혼들을 

어이할거나..

온 세상이 같이 울어도

눈물 마르지 않는 사월..

잔인한 사월

야속한 사월

아픈 사월

세월이 이렇게 짧을 줄 

누가 알았으랴

오랜 세월 가도 잊히지 않을

세월의 슬픔..

안녕..

아가들아

가여운 딸들아 아들들아..

 

 

2014년  4월 29일 화요일

 

 

***

 

꽃 같은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져 온다

문득 W.H Auden의 시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생때같은 아들 딸 들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 까?

 

 

***

슬픈 장례식

 

-W.H Auden-

 

 

시계를 모두 멈춰라, 전화도 끊어라

개에게 뼈다귀를 주어 짖지 말게 하라

피아노를 연주하지 말고 북은 소리를 죽여

관을 내어 놓고 조문객을 맞으라

 

비행기를 머리 위에 띄워 탄식하며

하늘에" 그가 죽었다"는 글자를 쓰게 하라

비둘기의 흰 목에 검은 상장을 두르고

교통경찰에게 검은 면 장갑을 끼게 하라

 

그는 나의 북쪽이며, 나의 남쪽,

나의 동쪽과 서쪽이었고

나의 노동의 나날이었고

내 휴식의 일요일이었고

나의 정오, 나의 한밤중,

나의 말, 나의 노래였습니다

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줄 알았지만,

내가 틀렸습니다

 

지금 별들은 필요 없습니다

다 꺼버리세요

달을 싸서 치우고 해를 내리세요

바닷물을 다 쏟아 버리고 숲을 쓸어버리세요

지금은 아무것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2014년 5월 2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