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대한 단상
-프시케-
하늘이 잔뜩 흐리다
어제는 내다 널어놓은 이불이
잠시 장 보러 갔다 온 사이
소나기에 반쯤 젖어 버렸다
다시 Duvet Cover를 벗기고
세탁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또 빨아야 했다
비만 오면 누군가가 부르는 듯
우산을 쓰고
장화를 신고
추억의 길에 찾아가
하염없이
저벅저벅 걸었던 것으로도
쉽게 체념되지 않던
석연찮지만 확실한 이별의 찌꺼기가
비만 오면
스멀스멀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그리움 되어
머리끝 정수리까지 차오르면
견딜 수 없는
그 열기에 시원한
빗줄기가 떨어지는
우산을 받쳐들고
추억 하나하나에
빗방울을 짝지어 주던 그 거리엔
아직도 비가 내리겠지?
넘치도록 타협하면서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너무나 쉽게
그렇게 뻔한 사람이 되어간다
누군가는
실연이란
죽음을 미리 맛보는 것이라 했다지
죽음의 그 감정을
빗속에서 풀었구나..
사랑이 누군가의 속으로 걸어왔다
어느 날 어느 계절인지 모르게
걸어 나가는 것..
이것이 이별의 시초인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같은 날 같은 시에
각자의 사랑이 걸어 나가지는 않는다
계절의 경계가 모호하듯
사랑의 경계 또한
선명하지 않다
그래서 이별의 순간도
우리는 정의하지 못한다
2018년 8월 30일 목요일
* 이제 8월과 이별해야 하네요
이틀만 있으면
9월.. 이제 가을이 오겠지만
헤어지는 것은 늘 우리를 슬프게 하지요
내 2018년의 8월은
또 이렇게 내 곁을 떠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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