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풀로 와도
-프시케-
물에 "사랑한단다", " 감사한단다"라고 하면
아름다운 결정체를 보여준다고 하는
어느 시인님의 글을 읽고
언제나 만나는 모든 식물에
사랑한다고 하면서 말을 거는 습관이 생겼다
우리 집 앞으로 난 길의 아스팔트 사이를 뚫고
이렇게 피어난 풀들이
정말 대견하다고 생각해
말을 걸어보았다
이 아이들은 단단한 아스팔트로 덮인
깊숙한 흙으로부터 열심히 싹을 틔워
이렇게 풀이되었다
비록 이름은 알지 못해
이름은 불러주지 못해도
앉아서 어루만져 보고
이렇게 사진을 찍어주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집 앞에는 이런 풀들이 없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관리가 안 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
걱정은 된다
언젠가 이 풀들도 없애야 하는 날이
오겠지만
그날이 오기 전 까지는
열심히 눈길을 주고 손길을 주어야겠다
이렇게 생명력 있게
시멘트 틈이라던지
아스팔트 틈새를 비집고 나온
이 녀석들이 정말 예쁘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험난하고 힘든 요즘의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의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있는 힘껏 꿈나무들도
어디에선가
그 짓누르는 아스팔트 같고
시멘트 같은 세상의 불평등을 뚫고
이렇게 피어날 것이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가치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많은 이에게
이 작은 풀들을 보여 주고 싶다
가장 가깝게
나도 저 녀석들을 보면
힘이 나고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
잡초이고 성가신
도로의 미관을 해치는
풀로 볼지라도
한 번이라도 더 말 걸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게 만드는
이 이름 없는 풀들에게
이 아침 한 번 더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어루만져 줘야 겠댜..
이름 없는 풀로 와도
너는 아름답고 사랑스럽단다.. 내겐..
2018년 9월 13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