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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작은 친절 한 잔

by 프시케 psyche 2020. 7. 5.

 

 

 

 

 

 

 

쏟은 커피 한 잔, 작은 친절 한 잔 

 

-프시케-

 

 

 

 

토요일엔 없는 시간을 내어

건희와 두 시간 반을 운전해

애틀랜타에 갔다

2018 College Fair를 한다고 하여

새벽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건희는 학교에 있는 한국 친구들과

Sleep Over를 했다

건희가 다니는 학교엔

동양인 특히 한국 학생이 많지 않다

그런데 요즈음

근처에 금호 타이어가 들어오고 나서

한국 친구 몇 명이 생겼다고 한다

친하게 지내는 4명이 모여

열심히 수다 떨고 재미있었다고 한다

생전 Sleep Over를

허락하지 않던 아빠도

허락을 해 오랜만에

불닭, 까르보나르, 김치 참치 볶음밥을

먹었다고 기분이 좋아 보인다

드디어 도착한 애틀란타에서

커피를 사러

가스 편의점에 들어갔다

건희는 화장실에 가고

나는 커피를 빼 마시려는 순간

커피가 다 쏟아져 입고 있던

하얀 원피스를 위에서 아래로

커피로 물들였다

뚜껑을 잘 못 닫았었나 보다

오랜만에 도시 나들이를 해

들떠 있었는지

완전 조심성이 부족한 티를 내고 말았다

계산을 하면서

커피를 쏟았다고 했더니

캐셔를 하고 있던 청년이

너무 미안해하면서

물비누와 종이 수건을

갖다 주면서

화장실에 가서 잘 닦아보라고 한다

잘생긴 인도 청년이었는데

정말 친절했다

네가 잘못했으니

나 몰라라 했을 수도 있는데

친절하게도

멀리 있는 물비누까지 챙겨 주는 모습이

정말 고마웠다

잘못하면 커피로 길게 물들인

원피스를 입고

행사장에 갈 뻔했지만

청년이 준비해 준 비누와

종이 수건으로

잘 닦아내고

조금 젖어서 축축한 기분은

남아있었지만

다행히 얼룩은 다 지워졌다

아침부터 조심스럽지 못한 행동으로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친절한 청년 덕에

얼룩진 원피스를 입고

쭈뼛 쭈뼛 얼룩 가리느라

어설프고 불편하게 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작은 친절이 주는 기쁨은

그 어떤 기쁨보다도 흐뭇하다

고맙다고 인사는 하고 나왔는데

자꾸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잘생긴 청년이 친절하기까지 해서

더 그랬나 보다

다음에 기회가 있어 그 편의점에

갈 일이 있다면

다시 한번 인사를 해야겠다..

 

건희와 1시간 일찍 도착했는데

우리가 제일 처음 도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세미나며 여러 행사 일정을

잘 마칠 수 있는 하루였다

 

끝난 후 맛있는 버블티까지 마시는

여유를 부리며 집에 도착했다

$2.000 상당의 비행기 표

추첨이 있어

기다렸지만

운 좋은 한 여학생이 당첨되었다

나는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건희는 은근히 기대를 했나 보다

내년에도 한국에 가야 한다며

비행기 표를 타서

내년에 사용하려 했나 보다

순진한 녀석..

 

그래도 오늘

친절한 청년이 준 친절 한 컵 덕에

기분 좋은 하루였다

 

쏟아진 커피 한 잔이

작은 친절 한 잔으로 

내게 돌아왔다

 

 

 

2018년 9월 18일 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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