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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재스민 향기 가득한 아침

by 프시케 psyche 2020. 7. 7.

 

 

 

 

 

 

 

 

 

 

 

 

 

 

 

재스민 향 가득한 아침

 

 

-프시케-

 

 이맘때쯤이면

노란 향기 가득 머리에 이고

 뒤뜰에서 향연이 열렸다

 

뒤뜰 가득 

너의 숨소리가 진동하던 날들

온통 노란색 너의 

노란 입김으로 

 내  머리 가득

예쁜 시어로 춤을 추곤 했다

 

이른 봄을 알리는 노란 향기가

살금살금 안개처럼

내 등뒤로와  백 허그를 해주곤 했다

한껏 부푼 내 꿈까지도

꼭 안아 주면서

 

작은 미소들로

얼마든지 나를  일으켜주고

걷게 해 주고

뛰게 해 주던

나의 꿈 위에 머물던 너의 미소가 

언제나 행복했다

 

흐드러진 그 자태 또한

머릿속 가득한 공상 속으로

달려와

두 팔 벌려 안길 준비가 되어있곤 했다

 

앙증맞은 노란 꽃잎만으로도

언제나 내 공허한 마음에 내려앉아

속삭이며 위로할 줄 알았다

Everything will be o.k

Everything will be alright...

 

높이 높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던 너의 그 미소가

 지쳐있는 

의기소침한 내 슬픔 위에 조차

향기 가득한 노란 위안으로

감은 눈 위에 내리쬐곤 했다

 

 

 

***

 

 

노란 향기로 오다

 

 

-프시케-

 

 

짙은 향기 머리에 이고

사뿐히 걸어온 그대

넝쿨 따라 올라간

늘씬한 모습으로

수줍은 너의 얼굴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길가의 키다리 나무 위를

휘감아 척척 올라가지만

제 키보다 더 높은 발밑을 

내려다보며

얼굴은 미소 짓고 있어도

벌써 노랗게 겁먹은 얼굴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분홍으로 설레던 복사꽃도 가고

백색 슬픔으로 우수수 

날갯짓하며 가버린 배꽃에 이어

이제는 달콤한 향기 흩뿌리며

화사하게 내 앞에 와

화관무 추는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작기만 한 그 얼굴 위에

무슨 분을 발랐기에

이리 향이 좋은지

요리조리 뜯어봐도

앙증맞게 

노란 나팔 입에 문 천사들.

얼키설키 엉켜 있는 

복잡한 줄기와는 달리

퍽 얌전한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긴 호스 들고

좋아라 물을 주던

작은 아이들도

이제는

노란 웃음 웃으며

저보다 훌쩍 자란

노란 향기에

자지러지게 하는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오늘은 얼마나 더 많이

함박웃음 웃을까

궁금해

노란 설렘으로

황홀한 아침 산책길 

재촉하는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떡갈나무에 매여 있을

수많은 노란 손수건인 듯

용서와 수용이 깃든

상한 마음 빨리 치유되는

노랑나비 희망으로 앉는

코라손 여사 같은 미소를 띤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노란 베일에 

노란 구두와 노란 우산을 쓴

어느 시대 어느 신부의 얼굴로

노란 왕관 속에 감춘 

하얀 암술에 달린 작은 별 감싸 안고

살며시 내민 노란 네 입술에

입 맞추고 싶게 하는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정원의 예쁜 아치를

장식한 너의 그 치장은

그 누구도 흉내 못 낼

아름다운 봄의 마술사..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잠시 활짝 웃음 웃고

황급히 

떠나는 그 자리엔

향기만 덩그러니

내 코끝을 스치며

남아 있는 한 가닥의 그리움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두 팔 들어

너울대는

노란 소맷자락에

족두리 밑 고개 숙인 채

떨어뜨린 눈물 한 방울

흩날리는 원삼 자락 위에

떨어지는 이슬 같아라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비 온 뒤의 

고운 향기로 

무지갯빛 몸놀림으로

노랗게 화관무 추는

다소곳한 무희의

슬픈 미소를 닮은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 8년 전엔 이렇게 썼었네?-

 

 

 

 

 

2019년 3월 20일 수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