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향 가득한 아침
-프시케-
이맘때쯤이면
노란 향기 가득 머리에 이고
뒤뜰에서 향연이 열렸다
뒤뜰 가득
너의 숨소리가 진동하던 날들
온통 노란색 너의
노란 입김으로
내 머리 가득
예쁜 시어로 춤을 추곤 했다
이른 봄을 알리는 노란 향기가
살금살금 안개처럼
내 등뒤로와 백 허그를 해주곤 했다
한껏 부푼 내 꿈까지도
꼭 안아 주면서
작은 미소들로
얼마든지 나를 일으켜주고
걷게 해 주고
뛰게 해 주던
나의 꿈 위에 머물던 너의 미소가
언제나 행복했다
흐드러진 그 자태 또한
머릿속 가득한 공상 속으로
달려와
두 팔 벌려 안길 준비가 되어있곤 했다
앙증맞은 노란 꽃잎만으로도
언제나 내 공허한 마음에 내려앉아
속삭이며 위로할 줄 알았다
Everything will be o.k
Everything will be alright...
높이 높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던 너의 그 미소가
지쳐있는
의기소침한 내 슬픔 위에 조차
향기 가득한 노란 위안으로
감은 눈 위에 내리쬐곤 했다
***
노란 향기로 오다
-프시케-
짙은 향기 머리에 이고
사뿐히 걸어온 그대
넝쿨 따라 올라간
늘씬한 모습으로
수줍은 너의 얼굴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길가의 키다리 나무 위를
휘감아 척척 올라가지만
제 키보다 더 높은 발밑을
내려다보며
얼굴은 미소 짓고 있어도
벌써 노랗게 겁먹은 얼굴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분홍으로 설레던 복사꽃도 가고
백색 슬픔으로 우수수
날갯짓하며 가버린 배꽃에 이어
이제는 달콤한 향기 흩뿌리며
화사하게 내 앞에 와
화관무 추는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작기만 한 그 얼굴 위에
무슨 분을 발랐기에
이리 향이 좋은지
요리조리 뜯어봐도
앙증맞게
노란 나팔 입에 문 천사들.
얼키설키 엉켜 있는
복잡한 줄기와는 달리
퍽 얌전한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긴 호스 들고
좋아라 물을 주던
작은 아이들도
이제는
노란 웃음 웃으며
저보다 훌쩍 자란
노란 향기에
자지러지게 하는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오늘은 얼마나 더 많이
함박웃음 웃을까
궁금해
노란 설렘으로
황홀한 아침 산책길
재촉하는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떡갈나무에 매여 있을
수많은 노란 손수건인 듯
용서와 수용이 깃든
상한 마음 빨리 치유되는
노랑나비 희망으로 앉는
코라손 여사 같은 미소를 띤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노란 베일에
노란 구두와 노란 우산을 쓴
어느 시대 어느 신부의 얼굴로
노란 왕관 속에 감춘
하얀 암술에 달린 작은 별 감싸 안고
살며시 내민 노란 네 입술에
입 맞추고 싶게 하는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정원의 예쁜 아치를
장식한 너의 그 치장은
그 누구도 흉내 못 낼
아름다운 봄의 마술사..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잠시 활짝 웃음 웃고
황급히
떠나는 그 자리엔
향기만 덩그러니
내 코끝을 스치며
남아 있는 한 가닥의 그리움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두 팔 들어
너울대는
노란 소맷자락에
족두리 밑 고개 숙인 채
떨어뜨린 눈물 한 방울
흩날리는 원삼 자락 위에
떨어지는 이슬 같아라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비 온 뒤의
고운 향기로
무지갯빛 몸놀림으로
노랗게 화관무 추는
다소곳한 무희의
슬픈 미소를 닮은
그대 이름
노란 재스민
- 8년 전엔 이렇게 썼었네?-
2019년 3월 20일 수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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