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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흰꽃과 분홍꽃 사이

by 프시케 psyche 2020. 7. 12.

 

 

 

 

 

 

 

 

 

 

 

 

흰꽃과 분홍꽃 사이

 

- 프시케 -

 

저도 몰랐습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사람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있듯

 내 마음 빛깔과 영혼의 빛깔 사이에는  

몇 가지의 빛깔이 있을까요?

 

저도 몰랐습니다

복숭아나무에

여러 겹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누구든  저마다 다른 마음이 있듯

내 깊은 마음속에는 

몇 겹의 마음이 있을까요?

 

저도 몰랐습니다

내 집 복숭아나무도

어쩌면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래도  다울이는 

그 작은 나무 몸통 그늘에

딱 맞게 앉아 햇볕을 가리며

 깊은 눈빛으로

여러 겹의 마음을 읽고 있네요

 

마음 깊은 곳

수천 빛깔의 꽃을 피우기 위해

고심하는 

복숭아나무의 그 외로운 상념을

어쩌면  다울이는

다 알고 있으리라는 것을

 

흩어진 꽃잎들 떠나보내고

머잖아 파릇한 새잎을 돋아내며

묵묵히 파릇하게 견디는

복숭아나무의

속 깊은 그리움을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가만히 복숭아나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침묵으로  건네는

 외롭지만  아름다운

연둣빛 삶을

몇 겹의 그리움을 담은

복숭아나무의 사연에

귀 기울여 

들어보았습니다

 

 

 

 

 

**** 

아침 명상을 하는

다올 이를 복숭아나무에 묶어놓고 

나희덕 님의 시를 읽으며

끄적여 본글

 

 

***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 희덕-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빛을 나란히 피우고 서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2020 년 4월 7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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