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든 때를 벗겨내듯
- 프시케-
해가 좋은 날
거실 바닥에 깔았던
Area Rug를 뒤에 나가
솔로 문지르며 빨았다
다올이 가 가끔 나갔다 와서
발을 닦아 주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엉성하게 발을 닦아주면
이 녀석이 다녀서 얼룩도 생기기도 한다
옆지기가 putter 연습한다고
서서 연습하다 혹여라도
공에 묻은 얼룩이 묻었는지
썩 깨끗해 보이지 않았던 터라
뒤로 질질 끌어내다 놓고
마침 건희 기숙사에서 가져온 Rug에
얼룩도 있고 조그만 발판이랑 같이 청소하듯
비눗물을 잔뜩 풀어 물을 부어 놓고
발로 질근질근 밟으면서
솔로 엎드려 문지르면서
어린아이 물장난하듯
첨벙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수돗물 틀어놓고 철없는 아이 물놀이하듯
바지 걷어올리고
옛날 어릴 적 한국에서 대야에 놓고
이불 빨던 어머니와의 추억도 생각이 난다
생각하면 참으로 정겨운 장면이기도 하다
세탁기가 없을 때
어머니의 손발이 우리들의 옷 빨래며
이불빨래에 깃들어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아날로그 시대의 대가족 시대에
많은 사랑이 작은 것에서부터 왔던 것이다
빨래며.. 음식 장만이며.. 어디 하나 어머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그때 자란 세대들은 아마도
지금 세대의 아이들보다는
더 인간적인 정이 더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문득했다
빨래를 한다던가 청소를 할 때
무엇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
기분 좋을 때가 있다
요즘에야 세탁기가 있어
다 세탁기가 한다지만
가끔 이렇게 손으로 빨래를 하는 것이
색다른 기분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이렇게 비누로.. 물로 깨끗하게 할 수 있듯
내 속의 찌든 마음속 때
그리고 살면서 가졌던
이런저런 부정적인 마음
미운 마음
용서하지 못했던 마음
이기적인 마음들처럼
마음속 찌들어있는
저런 아름답지 않은 때들을
솔로 쓱싹쓱싹 없애 버릴 수 있다면
발로 질근질근 밟아
깊숙이 뿌리 박혀 있는
내 마음의 겸손하지 못한 마음
고집불통으로 뭉친 아집의 마음
다 빠져나갈 수 있다면..
아름답게만 있어야 할 마음에
혹여 시기심이나
질투심
서운한 마음
사랑하지 않는 마음들의
찌꺼기들이 있다면
오늘 이렇게 솔로.. 발로.. 비누로
빨래 빨듯 잘 씻어서
맑고 맑은 물에
다 깨끗하게 씻기어졌으면..
더더욱 바라기는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는
Covid 19 바이러스도
질근질근 밟아 뿌리까지 없앨 수 있다면...
솔로 박박 문질러
형체 없이 물리칠 수 있다면...
찌든 때를 벗겨내듯..
내 마음의 찌든 아름답지 않은 나쁜 마음들
다 정결해졌으면..
**
그러다 보니
오래전 내가 9년 전 이맘때 커튼을 빨며
썼던 글이 생각난다
커튼을 빨면서...
2011년 4월 14일 썼던 글
http://blog.daum.net/sylviapark/8888051
http://blog.koreadaily.com/psyche/400203
***
며칠째 인터넷이 없었던 관계로
이제야.. 포스팅 올리네요..(번개가 인터넷 모뎀을 망가트렸답니다)
2020년 4월 11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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