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꽃과 분홍꽃 사이
- 프시케 -
저도 몰랐습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사람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있듯
내 마음 빛깔과 영혼의 빛깔 사이에는
몇 가지의 빛깔이 있을까요?
저도 몰랐습니다
복숭아나무에
여러 겹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누구든 저마다 다른 마음이 있듯
내 깊은 마음속에는
몇 겹의 마음이 있을까요?
저도 몰랐습니다
내 집 복숭아나무도
어쩌면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래도 다울이는
그 작은 나무 몸통 그늘에
딱 맞게 앉아 햇볕을 가리며
깊은 눈빛으로
여러 겹의 마음을 읽고 있네요
마음 깊은 곳
수천 빛깔의 꽃을 피우기 위해
고심하는
복숭아나무의 그 외로운 상념을
어쩌면 다울이는
다 알고 있으리라는 것을
흩어진 꽃잎들 떠나보내고
머잖아 파릇한 새잎을 돋아내며
묵묵히 파릇하게 견디는
복숭아나무의
속 깊은 그리움을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가만히 복숭아나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침묵으로 건네는
외롭지만 아름다운
연둣빛 삶을
몇 겹의 그리움을 담은
복숭아나무의 사연에
귀 기울여
들어보았습니다
****
아침 명상을 하는
다올 이를 복숭아나무에 묶어놓고
나희덕 님의 시를 읽으며
끄적여 본글
***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 희덕-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빛을 나란히 피우고 서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2020 년 4월 7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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