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과 이글
(실수와 실력의 차이)
-프시케-
온라인 예배를 본 후
Twilite Golf를 가기로 했다
다행히 다른 지역에 비해
이쪽은 골프장이 Open 한 곳이 있었다
Field Fee를 지불할 때
Club House를 열지 않고
조그만 창구를 이용한다는 것 빼고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자가격리로 인해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온 것 같기도 하다
노란색 커플룩을 맞춰 입고 나섰지만
사실 일전에 다친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이
마음에 걸렸다
아직도 툭 튀어나온 상처가
조금만 움직여도 아프지만
콧바람도 쐴 겸 가볍게 따라나섰다
옆지기는 아침나절 연습장에서
몇 버켓을 치고 왔지만
손가락이 아픈 관계로
나는 연습도 하지 않았다
(연습을 하나 안 하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
실력이 없는 사람의 비애..)
봄볕이 따사로운 골프장의
나무들은 몇 주 전 보다
초록이 짙어진 상큼한 풍경이다
틈틈이 사진을 찍느라 바쁜 나를
일찌감치 내놓은 표정인 옆지기를 보며
옆지기의 아직 골프를
시작도 하지 않았을 때가 생각난다
일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별로 재미없는 운동으로 치부하던
옆지기는
열심히 연구하고 개발하고
익히고 하는 반면에
Field에 나가는 횟수도 적어
그렇게 열심히 연구하지는 않는다
첫 번째 홀에서 Tee Off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가운데 손가락에 통증이 온다
가능한 한가운데 손가락을 안 쓰려 하지만
치는 내내
그렇게 안 쓰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가운데 손가락에 오는 충격이 아프게 다가온다
잘 치려고 할수록 빗맞고
빗맞을수록 충격에 손가락은 더 아팠다
반면에
바람.. 호수... 물새.. 오리.. 다람쥐 그리고
작은 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며
18홀을 다 돌고
마지막 홀에서 그린 위에서
마지막 홀이 풍경도 좋고 호수가 있어
괜찮을 것 같다고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다
열심히 포즈를 취했건만
집에 와서 보니
어찌 된 일인지
그 장면들만 촬영되지 않았다..
ㅠㅠ
이미 지나간 거 할 수 없지만
인증숏이 없으니
약간은 섭섭하다..
아주 오래전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골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아는 지인들을 따라
애틀랜타의 이름 있는 골프장을
쫓아다닌 적이 있다
막 레슨을 받고 있을 때여서
점수도.. 폼도 룰도.. 모르면서
무작정 휘두르던 시절
사실 나도 홀 인원을 한 적이 있다.
애틀랜타 북쪽에 Chateau Elan Golf Club에서
이 골프장 동네 Braselton 은
"9 1/2 weeks"로 유명한
Kim Basinger의 고향이라 더 기억에 남는 곳이다
골프장 코스가 두 곳이 있는데
Chateau Course and Woodland 였던 것 같다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어떤 Hole 이 13 아니면.. Hole 이름이
내가 좋아하는 Zinfandel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때 당시는 홀 이름이 와인 이름이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름..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너무 길게 갔다
사실 이야기하려던 것은
그 홀에서 내리막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내려가 보니 공이 안보였다
OB가 났겠거니 하고 포기하고 공을 찾는데
이공이 홀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Hole in One?
그때 잘 알지 못하던 때니
Hole in one 패를 만들 생각도 못했고
인증숏도 없이
이 이야기를 옆지기에게 했더니
증거가 없어서 믿어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때 당시 상패나 기념패는
만들어 놓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초보자가 그걸 알리가 없기도 했을뿐더러
시합도 아니었고 아는 분들과
친선으로 나간 게임이었기에
그런 기념패를 하고 말고도 사실 없었다
공 맞추기 바쁜 시기였으니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그때 홀인원을 했다는 거..
ㅎㅎㅎ
실수로 넣은 거니
사실 실력이 아니니
아쉬워할 것도 없다
그냥 이렇게 이야깃거리로
내 추억 속에 올인원으로
남는다는 것...
아픈 손으로 18홀을 돌면서
그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부터 열심히 쳤으면
LPGA 등극은 아니래도
싱글 가까이라도 갔을 텐데 하면서
그때 그 풋풋한 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니 웃음이 난다
첫 번째: Braselton Chateau Elan에서
두 번째 세 번째 :Atlanta Lake Lanier Golf Club에서 에서
마지막 홀 공이 떨어져 있던 그린 끝에
보라색 들꽃이 나를 보자 눈웃음친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몇 송이 꺾어왔다
이렇게 옛 추억을 생각하다 보니
옆지기가
지역 골프대회에서
이 글을 하던 때가 스쳐 지나간다
그때가 아마 어버이 날이었던
나는 풀꽃 하트를 100개 만들었고
아이들은 빵을 구워 어버이날을 기념하고
그날 옆지기는 이 글을 했고
우승을 했다
나는 홀인원을 하고도 흔적을 못 남겼지만
옆지기는 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이글상도 받았으니
증거가 확실히 있는 실력이었고
어쩌다 친 공이 실력과 상관없이
실수로 Hone In One을 한 것은
엄연히 실력과 실수의 차이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
9년 전 옆지기의 우승과 홀인원 기념으로 썼던 글이다
http://blog.daum.net/sylviapark/8888059
http://blog.koreadaily.com/psyche/428124
Eagle Play를 한 옆지기와 풀잎 하트
2020년 3월 3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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