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
- 프시케-
이곳은 이제 경제활동의 재개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이르다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다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어쨌든 자가격리가
이제 끝나가다 보니
왠지 어딘가로 여행을 왔다가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아침으로 옥수수빵을 구워 먹었다
주로 케이크 믹스로 빵을 만들지만
사다 놓은 것 중에
옥수수 가루를 보고
옥수수빵을 만들었다
원래 Muffin 믹스인데
동글동글한 빵 기계에다
구웠더니
조금 딱딱하긴 하지만
고소하니 맛이 있었다.
빵 굽는 아침
-프시케-
여행이 끝나려나 보다
어미새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먹느라
노란 입을 뻥긋 뻥긋
벌리고 목을 늘어뜨리는
아기새들의 아직 뜨지 않은 검은 눈
깨끗한 아침 향기 향기로운 볕에
이부자리 내다 널고는
의자를 끌어다 발뒤꿈치 들고
새들과 인사한다
부지런한 꽃들은
어제보다
한송이 더 피웠노라고
말을 걸며 어서 오라 한다
물을 주며 꽃잎 쓰다듬어
눈인사하며 방긋
예쁘게 피어 주어 고맙다
뒷마당 듬성듬성 자리 잡은 들꽃들도
어제와 다른 작은 보라색 눈망울로
다소곳이 수줍게 아는 체한다
작은 화병만큼의
분량을 꺾어 들고 오는
발걸음이 춤을 추듯 아이처럼 사쁜사쁜
손톱만 한 눈웃음이 소박한 풀꽃으로
마음 한편에 소복이 쌓인다
열어놓은 창으로 들어오는
공기 내음이 청량하다
아침 명상을 위해
복숭아나무 밑에
다올 이를 내어놓고
옥수수 빵을 굽는다
이제 이 소박한 여행이
끝나가는 끄트머리 단상을
먼 어느 해 어느 날
이 짧았지만 긴 여행의 소박한 시간들을
떠올리겠지?
다른 빵
- 최 문자-
미지근한 것들은 불길해
매일매일 이곳에서 미지근한 빵을 먹으며 지냈다
미지근한 욕조의 물처럼
미지근한 기도처럼
그날 데모 군중 끝에서
미지근한 얼굴로 따라가던 어떤 시인처럼
가장 늦게 남아있는 나의 온도,
무슨 정말인 것처럼
날마다 멀리서 나에게 오고 있다
이렇게 생각이 다른 빵을 먹고
내 시는 멸망할 수도 있어
미지근한 것을 꽉 깨무는 순간
세상은 맹세처럼
시고 달고 짜고 매운 혀가 넘쳐난다.
저마다 다른 빵을 찾는다
세상의 혀는 왜 자꾸만 정확해지는 걸까
기다리지 않아도 돌아오는 생일,
그것조차 나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모서리 없는 미지근한 빵
생일 축하 케이크를 자른다
다른 빵을 먹고
섬광이 되고 싶다
미지근함으로부터 탈구된
단 한 줄의 시라도
2020년 5월 7일 목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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