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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날개짓도 없이 둥지를 떠난..

by 프시케 psyche 2020. 7. 13.

 

 

빈 둥지만 남겨놓고...

 

 

 

꼬물꼬물 솜털이 보송보송

 

 

 

 부리좀 보세요..

 

 

5/6/20 7:00 PM 응아 위에 부리를 대도 아무렇지 않게..

 

 

다음날 아침에 조금 더 큰것 같아요..

 

 

 

 

 

 

 

5/7/20  9:40 am 서로 옹기종기 부둥켜안고 있네요

 

 

 

 저쪽에 다올이 이불 널은것도 보이지요?

매일 아침 소독..ㅎㅎㅎ

 

아직도 털이 안 난 곳도 있어요

 

 

5/7/20  10:50 am  아침에 엄마가 준 맘마 먹고 잠자느라 전부 곯아떨어졌어요 

 

 

 

 

엉덩이를 꼼지락꼼지락 추운가 봐요..

 

 

 

 

5/7/20  8:00 PM  밤에도 이렇게 붙어서 자네요

 

 

 

 

 

 

어머 눈 좀 봐요..

 

제법 날개의 모습이

 

5/9/20 9:01 am 처음에 빗살무늬처럼 뼈대가 보이더니.

 

 

 

눈도 더 크게 뜨고 있어요

 

 

솜털과 날개에 자라고 있는 깃털

 

좀 더 가까이서... 보세요

 

 

 

눈도 말똥 말똥 

 

아웅... 귀여워라..

 

 

 

 

 

 

5/9/20  9:30 am  머리 쪽 하고 등에 아직도 솜털이 남아있어요..

 

 

 

 

 

 

 

 

 

 

5/9/20  7:20 PM  저녁엔 전부 등을 보이고

 

아침인데 어젯밤 그 모습 그대로

 

5/10/20  7:59 AM 날개가 제법 나왔네요

 

 

 

깃털이 더 자라고 솜털도 듬성듬성

 

부리도 더 단단해지고..

 

 

 

 

 

이제는 곧 떠나겠구나..

 

 

 

둥지 바깥쪽엔 아기새들의 응아들이에요..

 

화초 위에다도 응아를... 어떻게?

 

 

 

5/10/20 6:14 AM

아직도 솜털 뽀송뽀송 아침까지 잠자는 아기새들..

 

 

 

 

 

 

이제 날개가 완연하게 눈에 띄네요..

 

 

 

 

나란히 등을 맞대고..

 

부리 좀 봐요...

 

5/11/20  8:45 AM 이제는 부리도 단단해 보여요

 

 

 

거의 다 자란 듯...

 

정말 떠나겠구나...

 

 

꼬리도 제법 보이고'...

 

 

5/12/20 9:47 AM 날개도 깃털도 정말 잘 자랐는데.

 

 

 

날아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ㅠㅠ

 

저 눈망울들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5/13/20  11:54 AM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니?

 

 

 

 

 

 

 

5/13/20  1:19 pm  아  벌써 등을 보이며... 떠날 준비를..

 

 

 

 

너무 이쁘죠?

 

 

5/14/20 9:09 Am 솜털이 한 두 개 보일뿐.. 다 컸네요.. 

기특한 녀석들..

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 아기새들은 제 곁을 떠났습니다

빈 둥지만 남겨놓고...

 

 

 

 

 

 

 





 

5/17/20 9:04  Empty Nest   빈 둥지만 덩그러니..

 

 

 

 

 

5/18/20  8:18 AM 오늘도 빈둥지

 

 

 

 

 

아기새들과의 이별

 

- 프시케 -

 

비 오는 어느 4월

누렇게 변한 화초를 다듬다

발견한 매달린 화분 속

새알 다섯 개가

두 마리 세 마리로 부화되더니

다섯 마리가 옹기종기

좁은 둥지에서 복닥거리며

자라나는 모습을 주던 작은 새들

내가 사진기를 들이대면

어미새가 온 줄 알고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노란 입을 벌리곤 했다

고개도 못 가눌 것 같으면서도

입 벌려 먹이를 찾을 땐

빳빳하게 목을 쳐들곤 하던 녀석들이다

늦잠인지 아니면 이미 이른 아침을 한 탓인지

서로 부둥켜안고 붙어 있던 녀석들

엉덩이를 둥지 가장자리에 대고

응아 하던 녀석의 뒤태며

하루하루 깃털의 숫자가 늘어가는 게 신기했다

듬성듬성 솜털 뽀송이기 전

벌겋게 벌거숭이던 녀석들

옆으로만 길게 보이던 부드러운 부리는

점점 앞으로 내밀기 시작하며 단단해지고

날개의 깃털이 제법 날개 다뤄지는가 싶더니

눈빛 또랑또랑 작은 검은 단추모양으로 반짝인다

셧터를 눌러대는 나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던 그 선한 눈빛이

내 마음에 자리 잡을 무렵

문득 떠날 때가 되었다는 

불안한 슬픔이 밀려왔다

한 번도 연습한 적 없는

날갯짓 한번 하지 않고

눈인사 조차 없이

그렇게 둥지를 떠난 다섯 마리의

아기새들은 지금 어디쯤 날고 있을까?

지금도 눈앞에 아른아른

훨훨 날고 있는 어른 새들의 세계로 떠난 

순박한 어린 새들을 생각했다

둥지보다 훨씬 넓은 삶이라는 세계로 

성큼 들어선 서툰 다섯 마리 

아기새들의 고된 날갯짓이 아프다

어릴 적 과학 숙제를 하듯

하루하루 아기새들과 

매일 눈 마주치며 보낸 시간을 생각하니

숙제가 다 끝난 기분이다

벌써 정이 꽤 들었나 보다

따뜻하고 작은 기쁨을 주던 한 달..

아기새들을 참 빨리도 커 버렸다

둥지 한번 뒤돌아보지 않고 날아가 버렸다

 뽀송뽀송 새로 자라난

깃털처럼 부드러운 그리움을 남긴 채

빈 둥지만 덩그러니

풀잎 나부끼듯 

내 마음이 허전하다

 

 

 

  2020년 5월 20일  수요일

 

*****

 

둥지를 떠난 새

 

- 오 선덕-

 

마를 날이 없는 날개를 가진

새들의 저녁 식사는 언제나 소박했다

여물지 않은 어린 새들의 부리는 

날밤을 쪼아 댔다

식탁 위 텅 빈 접시에는

여린 부리의 파편과

깨진 밤의 조각이 쏟아졌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모릅니다

모른 척합니다

각자 생존의 법칙은 은밀하게

어디에서나 허용되었다

닳아서 보이지 않는 지문은

써보지 못한 대리석처럼 반들거렸다

달빛마저 지워버린 밤의 적말

날갯짓도 없이 새들이 떠났다.

우리는 서로의 몸짓을 모릅니다

모른 척한 게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듬지에서 들리던

파도소리도, 새들의 노랫소리도

사라진 이 계절

이 계절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2020년 5월 19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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