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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한 세계를 받은 아기새들

by 프시케 psyche 2020. 7. 12.

 

 

새가 알을 품고 앉아 있다

 

 

뒷문 Wood Blind 사이로 몰래 확대해서

 

 

새의 동태를 살폈다

 

 

그럴 즈음 살짝 문을 열고 나가도 어미새는 날아가

 

 

건너편 가지에 앉아 나를 쳐다본다

 

 

빨갛게 피어있는 제라늄이 피어 화사한 뒤뜰

 

호시탐탐 누군가  알을 탐할까 눈을 똑바로 뜨고 있다

 

그런데 알을 적시지 않으려고 올라가 물을 조심해서 주려다

 

이렇게 두 개의 알이 벌써 부화한 것을 보고 말았다

 

털이 듬성듬성 나온 갓 태어난 새의 모습

 

 

 

정말 처음 보는 장면이다





 

 

 

 

 

어미새가 저쪽 나무 위에서 내가 아기새들 사진 찍는 것을 보았는지

 

평소엔 오지 않고 지켜보던 어미새가

 

새끼들을 지키겠다는 

 

모성애를 보여주며 내가 가까이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위에서 지키고 있다

 

 

 

한편 뒷마당 잔디가 끝나는 곳엔 빨간 Cardinal 이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녀석은 늘 우리 집 뒤뜰에 매년 보는 녀석이다

 

사실 이 녀석이 같은 녀석인지... 그 녀석의 새끼인지 모르지만..

 

 

 

내가 사진을 찍은 후  이 어미 새는 새끼가 있는 화분이 아닌

옆 화분에 앉아 있기도 했다

 

다음날.. 또 물을 주려다 한 마리가 더 알을 까고 나온 것을 발견했다

 

꼬물꼬물 아기새  네 마리..

 

 

 

그런데 한 녀석 이 아직 부화하지 못했나 봐요..

 

 

 

 

 

 

 

 

 

 

 




물을 주고 난 후 집으로 들어오자 바로 어미새는 다시 돌아와 알을 품는다

 

태어나려는 자는 무엇을 펴서 한 세계가 터지려나 보다..

 

무엇이 눈을 뜨게 하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저 태어나는 저 어린 새들은 알까?

 

 

 

 

 

 

 

 

 

한 세계를 받은 아기새들

 

 

 

- 프시케-

 

 

새가 알을 낳았다면

최소한 2주는 모른 척하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우연히 화초의 누런 잎 잘라 주려다 

발견한 다섯 개의 새알  때문에

늘 눈과 신경이 그쪽으로 갔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새가 알을 낳은 것을 알았다면

이 화분에 물을 그렇게 

막무가내로 주지 않았을 것을

하고 생각을 했었다

새알이 있는 것을 알고

그렇게 조심성 없게 물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옆지기는 새가 알을 낳은 것을 

알았지만

나한테는 숨기고 있었다고 했다

내가 알게 되면

새들이 부화하기도 전에

내 철없는 호기심이 혹여

어미새에게 스트레스를 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고 했다

오래전 새가 낳은 알을 사진 찍는다고

수선을 떨었던 적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때는 사실 찍지도 못했다

이번에도 

나 혼자 발견한 줄 알고

건희와 옆지기에게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했다가

공연히 접근 금지령을 받기만 했다

새가 부화할 때까지 가만히 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몰래 뒷문 멀찌감치에서

카메라만 삐죽이 내밀어

동태를 살피곤 했었다

그러다 못내 뒷문을 열고 나가면

어미새는 바로 날아가 

건너편 나뭇가지에 앉아버리곤 했다

멀리 줌을 잡아 어미새를 찍어보기도 했지만

멀어서 잘 찍히지가 않았다

아마도 참새과의 새가 아닌가 싶다

옹달샘님댁 비둘기는 2개의 알을 2주째

품고 있다고 하신다

그러나 옆지기의 당부도 있고 해서

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

혹여라도 새알에 물이 닿을까 봐

물을 조심해서 주려고 의자를 놓고 올라가

물을 주려다

어머나! 

두 마리의 갓 알에서 나온

아기새들이 노란 부리를 힘껏 벌리고

어미가 물어다 줄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른 몰래 사진기를 가져와 아기새들를 찍었다

아마도 옆지기 알면 한소리 듣겠지만

궁금하기도 하고 숙제(?)가 있어

사진을 몇 장 조심스레 찍고 말았다

아! 큰일 났다..

그래도 이미 찍었으니까 뭐..

듬성듬성한 털 눈도 못 뜬 

저렇게 작은 새를 

실제로 눈으로 본건 처음이다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생명이 이렇게 귀하게 

눈앞에서 새로 태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가!

마치 금지된 장면을 본 것처럼

나는 뭔가 두근 거리며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새들은 부화하기 전 자신의 알들이

외부의 손을 탄 것을 알면

그 알들을 포기하고 어디론가 간다던데

혹여라도 어미가

제 새끼들을 내가 본 죄로

그냥 버려두고 갈까 봐 겁이 났다

그런데 내가 의자에서 내려옴과 동시에

 어미새는 냉큼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와 옆 화분에 앉는다

바로 새끼가 있는 화분으로 오지 않고

옆 화분에서 지켜보는 듯하다

아!.. 미안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한 마리가 더 태어난 것을 보고 말았다

사진도  또. 찍었다...

정말... 미안하다 아기새들아..

그리고 어미새야

휴~~

그래도 이게 얼마나 

근사한 경험인가?

하지 말래서 우기고 한 일은 아니지만

왠지.. 뭔가 죄를 지은 듯

마음이 편치는 않다..

시험문제를 풀고

답이 맞는지 틀리는지

조바심하는 학생처럼..

 

 

 

 

 

미안한 마음에서였을까

천양희 시인의 시가  

 귓가에서 머뭇거린다..

 

 

 

 

******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천 양희-

 

 

이른 새벽

도도새가 울고 

바람에 가지들이 휘어진다

새가 울었을 뿐인데

숲이 다 흔든다

알을 깨고 한 세계가 터지려나보다

너는 알지 몰라

태어나려는 자는 무엇을 펼쳐서 

한 세계를 받는다는 것

두근거리는 두려움이 너의 세계라는 것

생각해야 되겠지

일과 일에 거침이 없다면 모퉁이도 없겠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는 일이라고

저 나무들도 잎잎이 나부낀다

어제는 내가 나무의 말을 들었지

사람은 나뭇잎과도 같은 것

잎새 한자리도 안 잊어버리려고

감미로운 숲의 무관심을 향하여 

새들은 우는 거지

알겠지 지금

무엇이 너를 눈뜨게 하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

 

 

 

 

9년 전 산책 중 겨울새를 찍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끄적여 본글..

 

 

" 아침을 나는 새, 그리고 겨울나무"

 

http://blog.daum.net/sylviapark/8888036

 

아침을 날으는 새

아침을 나는 새  그리고 겨울나무 -프시케- 아침 산책길에 찍은 아침 새들과 겨울나무 아침을 나는  새 그리고  겨울나무 -프시케- 짹짹 거리며 아침을 알리는 새..

blog.daum.net

 

http://blog.koreadaily.com/psyche/355241

 

 

 

 

 

2020년 5월 1일 금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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