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어릴때 곰돌이 인형
외할머니께서는
첫째 영준이가 태어났을 때
작은 포대기를 선물로 미국으로 보내셨다
보라색 짧은 누비포대기였다
그 포대기로 첫째 영준이는 물론
둘째 건희까지 업어 키운 포대기라
늘 소중하게 여긴다
업어준다는 것..
아래 박서영 시인의 시에서 처럼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이다
버지니아에 살던 시누이 식구들이
이쪽 조지아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집을 찾는 동안 우리 집에서 몇 개월을 같이 살았다
그때 시누이에게는 티파니라는 큰딸이 있었다
둘째를 가지고 있던 시누이 대신
내가 매일 틈이 날 때마다 티파니를 업어주었다
아마도 등에 업혔던 적이 없어서였는지
어린 티파니는 내 등에 업히는 순간 긴 안도의 숨을 쉬곤 했다
" 하~아"
등에 얼굴을 대고 그 소리를 낼 때면
나는 기분 좋아지곤 했다
누군가의 희고 눈부신 숨결이었다
비록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들지는 않았어도
그 업힌 어린 숨결은 내게 작고 예쁜 사랑을
그 안도의 숨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지는 않았어도
티파니를 업었던 수많은 날의 기억이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작은 미소 되어 남아있다
그런데 그 안도의 숨소리를
키우는 반려견 다올 이에게 서 요즘 듣는다
다올이는 내가 저녁 늦게 컴퓨터에 앉아 있으면
잠잘 시간이라고 나를 데리러 온다
빨리 자자고 조르면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같이 들어가서 잠자리에 드는데
다올이는 우리 침대 위 발치에서
제 이불을 깔고 같이 잠을 잔다
자리에 누워 손으로 귀를 쓰다듬는 순가
다올이 의 안도의 한숨이
티파니를 업었을 때 들었던 그 기분을 느끼게 한다
아이가 어릴 때 업고 자장가를 흥얼거리던 때..
두 손이 자유롭기 위해 등에 업고 집안일을 했던 때..
누군가에게 등을 내어주는 일이
이렇게 서로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그의 안도를 등에 업고 포대기로 감싸 안는 것...
아이들을 등에 업어주던
그 오랜 추억과 기억이
유머러스하시던 사랑을 내게 그렇게도 많이 주시던
외할머니의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과 오버랩된다
* 오늘은 박서영의 "업어준다는 것"의 시를 읽으며
끄적여 봅니다
업어준다는 것
박 서영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사람이 짐승을 업고 긴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한없이 가벼워진 몸이
젖어 더욱 무거워진 몸을 업어주고 있다
울음이 불룩한 무덤에 스며드는 것 같다
2022년 11월 11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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