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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며..

by 프시케 psyche 2022. 12. 14.

아들(왼쪽) 이 4살 때 친구와 함께 찍은

저 뒤에 있는 트리가 .....

 

24년 된 크리스마스트리

 

- 프시케-

 

 

출장이 잦던 아빠를 기다리던

유일한 이유는

파워레인저를 비롯한

로봇 피겨와

비디오테이프를 선물로 받는 재미에

언제나 아빠의 출장을

적극 추천하던 

영준이는 출장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던 나이다

언젠가 출장을 갔던 버지니아 쪽에

홍수가 나 렌터카를 빌려 

일을 보던 중 차가 물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전화를 해 아빠 차가 물에 빠졌다고 하자

그 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아빠 죽는 거야?"라고 하던

영준이는 중위 계급을 달고

씩씩하게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심히 나라를 위해 수고를 하고 있다

24년 전에 그것도 아빠가 출장 간 사아

4살이었던 영준이와 나는

아빠가 오면 서프라이즈를 해주기로 하고

아티피셜 크리스마스트리를 사서

열심히 오너먼트들을 달며

모자가 신이 났던 그 첫 번째

성탄절을 지나

지금 24번째 성탄절을 맞는

이 X-Mas Tree는 솔잎이 야위어

트리를 세워 장식을 다 달 때까지

바닥에 떨어지는 솔잎 부스러기가

바스락거린다

해마다 다시 장만해야지 하면서도

정이 든 이 친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건희의 사고 후

마음이 영 내키지 않아

성탄절 장식을 할지 말지 망설이다

결국 간략하게나마

또다시 꾸며놓았다

장식하는 오너먼트도 모두 오래된 것들이다

오래된 것을 참 많이도 끌어안고 있는 나를 보며

어떤 땐 Hoader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 입었던 옷도

몇 가지 아이들이 좋아했던

어쩌면 내가 좋아해서일지도 모르는 옷들을

버리지 못하고

아이들이 어렸을 적 공부하던 노트며 그림들은

더더욱 버리지 못하고 있다

처음 알파벳을 배우던 종이들

학교에서 전시했던 

서툴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그림들이

나는 지금 봐도 좋다

매번 어머니날에 보냈던 카드..

삐뚤빼뚤 쓴 한글로 쓴

"엄마 생신 축하해요"라고 쓴

카드도 여태 버리지 않고 있다

어느 날 아이들이 문득 보고 싶어지면

타국에 가있는 아들의 어릴 적 일기를 뒤적이기도 하고

멀진 않지만 기숙사에 있는 딸내미가 보고 싶으면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이쁘게 그린

어머니날 카드를 들여다보며

혼자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기도 한다

오늘도 현관 앞 Light로 장식된 사슴을

복숭아나무에 장식하고

거실엔 정다운 오래된 우리 집

성탄트리에도

꼬물꼬물 오래된 장식들을 

달며 어린 아들을 데리고

성탄절 트리를 장식하던

먼 옛날 그 시간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새로운 것이라 화려하고 산뜻하지는 않지만

추억을 떠올리며 만든 성탄절 트리는

꿋꿋이 자기를 버리지 않고

함께 와줌에 감사하노라며

내게 눈읏음 보낸다..

Thank you for your being with us, X Mas Tree!

왔다 갔다 두리번거리는 다올이 도

오너먼트들이 신기해

입으로 물고 가 장난을 치거나

씹어놓을 텐데 착하게도

예쁘게 반짝이는 불빛을 

저도 생소한지

깊은 생각과 함께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하루 종일 장식하느라 힘들었는지

눈이 절로 감긴다...

"다올아.. 자자!!"

 

영준이와 건희에게

사진 찍어 보낸 성탄절 나무야 고맙다!

 

미리 Merry X-Mas!

 

 

2022년 12월 13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