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인님의
오래된 서적을 읽었다
기형도 시인님을 생각하면
이상 시인이 생각나는 건 웬일일까?
알 수 없는 미지의 그 무한한 시심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기이하고 특이한 시들이 많지만
깊은 내면의 사유를
읽을 수 있어
마음에 와닿는 시가 많다
시는 일단 시인의 손을 떠나면
독자의 몫이다
이 시를 들으며 느끼는
감정은 오롯이
독자의 것이다..
오래된 서적
- 기 형도-
내가 살아온 것은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 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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