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쉼터
-프시케-
아침이면
어김없이 흰색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는
그 기다림이 애틋해
봄꽃 살랑대는 파릇한 날에도
안갯속에 가려 보일듯한 새벽녘에도
보슬비 흩뿌리는 젖은 날에도
나뭇잎이 다 떨어진 쓸쓸한 날에도
소복이 쌓인 눈발 속에서도
너희는 여전히 그곳에 앉아 있구나
때론 도톰한 쿠션 껴안고
가끔 물뿌리개 탁자 위에 얹어놓고
어느 날은 한잎 두잎 떨어진
낙엽을 쌓아놓은 채로
내려버린 눈이 얼어붙은 추운 겨울날에도
항상 같은 마음으로 내게 눈빛을 주고 있구나
어느 날은
화사한 수선화 같은 온화한 하나님의 미소로
또 어떤 날은
다정한 엄마 품 같은 초록 그늘로
간혹
듬직한 어깨를 가진 키다리 아저씨 같은
넓은 마음의 빨간 단풍으로
자주자주
이제는 살고 있지 않은
이웃집 친구의 하얀 눈웃음 같은
싸아한 김 모락모락 나는 정겨운 바람으로
내 아침 산책길을 유혹하는구나
실제로 한 번도 앉아 본 적 없는 곳이지만
마음으로는 다닐 때마다..
각각 다른 사람들과
서로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던 곳..
가슴 벅찬 설렘으로
정열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외롭고 쓸쓸한 고독의 마음으로
슬프도록 시린 이별의 아픈 마음으로
지치고 힘든 어깨와 쳐진 발걸음으로
그때마다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그곳에서 내 마음의 쉼터가 되어 준 너의
그 하얀 마음이 아름다워..
가슴 저미는 슬픈 이야기도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마음속의 수다들도
찔리고 찔린 상처에 피가 뚝 뚝 떨어지는 한탄에도
말없이 마음만 갖다 기대어도 다 위로해준
너의 그 따뜻한 동반이 아주 좋아..
오늘도 땅에 떨어진 둥근 쿠션 바로 올려 주며
살짝 쿵 네게 윙크하며 미소를 짓는다..
내 마음의 작은 쉼터
빈 탁자와 빈 의자에게..
그리고
언제나 그 누구와 함께라도
늘 그자리에 계시는
유일한 그분에게
2011년 8월 11일 목요일 에 썼던 글을
2023년 8월 11일에 녹화하며
다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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