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질 때 우리 만나자
조 사익 (趙司翼)
별이 빛나는 밤 반딧불이 등불 삼아 말없이 간다
극지점이 물결치듯 녹아내리고
대륙이 활화산처럼 불타 오르고
갈기갈기 대지는 내장을 드러 내놓고
피눈물 잦아질 날 없는
세상 소리 피해 가듯 여름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간다
대지가 몸을 달구고, 바닷물 끓어 오르고
네 잘못도 아닌데 얼마나 소연(蕭然)하랴
갈색 구름 하늘 많아지면
캔버스 속 푸른 풍경이 그리울 것만 같고
밤 귀뚜라미 원음 잦아질 때면
어느 낯선 골짜기에서 펑펑 널 찾아 헤맬 것 같다
벌링턴 언덕에서 너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나는 너를 '여름'이라 말하며 잊지 않겠다
시낭송 같은 봄이 가고
수선화 꽃 질 때 우리 만나자
--Burlington 언덕에서
2023년 9월 1일 금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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