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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달밤에 나무를 자르다(?)

by 프시케 psyche 2024. 11. 22.

**

지금 시간은 아직

나목이 많이 보이지 않는데

어느 해 겨울 길을 걷다 올려다본 나무들은

정말 철저하게 나목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나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오늘 집보험관계로

보험회사와 이야기하다

집 건물을 터치하는 모든 나무를 잘라야

보험을 갱신할 수  있다고 한다..

전에는 나무에 관해 이야기가 없이 잘 들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나무를 자르라고 한다.

아마도 올해 태풍으로 나무로 인한

보험청구가 많았던 모양이다.

보험료도 오른 데다가

나무까지 자르라고 하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그러나

오늘 당장 자르겠다고 했다.

집에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이미 시작한

옆지기를 도와 집 사방에  집을 터치하는

관목들을  자르고 났더니

잘라놓은 나무가 산더미 같다.

왜 달밤에 잘랐을까요?

빨리 Reneal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갱신 안 된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보험회사에서

처리가 안되거든요

그래서 서둘러 달밤에 

이런 나무 자르는 체조(?)를 했답니다.

 

 

둘이 다 기진맥진하며

방금 들어와 밥을 먹고

잠시 글을 쓴다

 

나무를 자르다 보니

오늘 또한 오래전 써놓았던

글이 생각나서 올려 본다

 

 

 

 

***

 

 

 



나목

 

 

 





 





 



 



























 * 아침 산책 때마다 찍어본 나뭇잎을 떨군 우리 동네  나목들..    

 

 

나목

 

 

-프시케-

 

이제는 나무들도

모두 옷을 벗고

하나님께 두 팔 벌려 기도하는 모습으로

일 년 내내 자신을 감싸주던

나뭇잎을 제다 떨어뜨리고

아무것도 없는 빈 가지로

서 있습니다

 

저렇게 모든 가식과 위선의

옷을 벗어버리고

새로 주실 새 옷을 입기 위해

부끄러운 고백을 하듯

겨우내 자신을 단련할 준비로

저렇게 나목으로 서 있는

나목을 보며

 

봄 같은 새로운 각오로 새싹을 움 틔우고

여린 잎에서 꽃잎으로 자란 것들이

열매를 맺는가 하면 

잎마다 아름다운 색으로 마음을

곱게 물들이기도 하지만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벗어버리는

옛것들을 버릴 줄 아는 용기가 

있음이 부럽습니다

 

이제는 저도 한 해 동안 계획하고

실천하고 가꾸고

입히고 완성하려 했던 나의

모든 것들을  뒤돌아보며

잘 안된 것 실수한 것 잘못한 것들을

저렇게 한잎 두잎 떨어내는 담대함처럼

나의 못나고  부끄러운 잎들을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떠나보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싱그럽게 올라오던 싹 눈 트임부터

수줍게 피어올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꽃을 피우고

무성하게 그늘을 지어주던

눈부신 초록의 잎들을 자랑하며

주렁주렁 열매 맺어 풍성하게 수확한 후에

기꺼이 모든 잎을 아래로 떨어내고

빈 몸으로 서 있는 나목의 

내려놓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제는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 든 중년의 삶 속에서

새초롬히 싹 틔웠던 새싹의 순수함도

어여쁘게 피워내던 연분홍의 사랑도

찬란하게 어깨 으쓱대던 초록 꿈의 합창들도

알알이 맺어놓은 풍성한 열매들의 의기양양함도

추억으로 아련히 기억 속에 감추고

이제는 할 일 다한 나무의 마지막 할 일처럼

아쉬워하며 곱게 단장해 준 가을 잎들을

한잎 두잎 떨어뜨려 내듯

마음속 가득한 욕심, 이기심, 미움, 자 만등

내 부끄러운 단점들을 곱게 물들여

내 몸에서 하나하나

벗겨 낼 때인 것 같습니다..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빈 몸으로 서서도

두 팔 높이 들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거룩한 모습으로 당당해 보이는

나목으로부터 내 안 깊숙한 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때 묻은 찌꺼기들을

한 꺼풀 두 꺼풀 벗겨 내는 비움의 

지혜를 배우고 싶습니다

 

비어 있는 가지에 주실 또 다른

새싹과 새잎과 꽃들을 소망하며

빈 마음으로 서 있는 저 나목의

비움이라야 비로소

더 아름다운 새로운 것으로 주실

신비로운 채워짐의 진리를 

경험하고 싶습니다

 

나목의 그 모습처럼.

겨울을 혹독하게 견디며

자신을 훈련하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더 오래 갖고 싶어 집니다

 

혹독한 겨울을

빈 가지로 견디며

마음속의 아직도 남아 있을

쓸데없는 고집과 아집을

찬바람에 씻겨 내듯

얼마나 견뎌야

아름다운 새 사람의

새싹을 다시 입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추운 나목으로 서 있을

겨울로 가는 길목에 

나는 서 있습니다

 

나목의 그 추운 견딤으로

나는 또 얼마만큼의

두께로 깊게 성숙할 수 있을지를

되물으면서

 

 

 

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아침에 썼던

글을 2024년 11월 21일에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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