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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은 아직
나목이 많이 보이지 않는데
어느 해 겨울 길을 걷다 올려다본 나무들은
정말 철저하게 나목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나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오늘 집보험관계로
보험회사와 이야기하다
집 건물을 터치하는 모든 나무를 잘라야
보험을 갱신할 수 있다고 한다..
전에는 나무에 관해 이야기가 없이 잘 들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나무를 자르라고 한다.
아마도 올해 태풍으로 나무로 인한
보험청구가 많았던 모양이다.
보험료도 오른 데다가
나무까지 자르라고 하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그러나
오늘 당장 자르겠다고 했다.
집에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이미 시작한
옆지기를 도와 집 사방에 집을 터치하는
관목들을 자르고 났더니
잘라놓은 나무가 산더미 같다.
왜 달밤에 잘랐을까요?
빨리 Reneal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갱신 안 된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보험회사에서
처리가 안되거든요
그래서 서둘러 달밤에
이런 나무 자르는 체조(?)를 했답니다.
둘이 다 기진맥진하며
방금 들어와 밥을 먹고
잠시 글을 쓴다
나무를 자르다 보니
오늘 또한 오래전 써놓았던
글이 생각나서 올려 본다
***
나목
* 아침 산책 때마다 찍어본 나뭇잎을 떨군 우리 동네 나목들..
나목
-프시케-
이제는 나무들도
모두 옷을 벗고
하나님께 두 팔 벌려 기도하는 모습으로
일 년 내내 자신을 감싸주던
나뭇잎을 제다 떨어뜨리고
아무것도 없는 빈 가지로
서 있습니다
저렇게 모든 가식과 위선의
옷을 벗어버리고
새로 주실 새 옷을 입기 위해
부끄러운 고백을 하듯
겨우내 자신을 단련할 준비로
저렇게 나목으로 서 있는
나목을 보며
봄 같은 새로운 각오로 새싹을 움 틔우고
여린 잎에서 꽃잎으로 자란 것들이
열매를 맺는가 하면
잎마다 아름다운 색으로 마음을
곱게 물들이기도 하지만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벗어버리는
옛것들을 버릴 줄 아는 용기가
있음이 부럽습니다
이제는 저도 한 해 동안 계획하고
실천하고 가꾸고
입히고 완성하려 했던 나의
모든 것들을 뒤돌아보며
잘 안된 것 실수한 것 잘못한 것들을
저렇게 한잎 두잎 떨어내는 담대함처럼
나의 못나고 부끄러운 잎들을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떠나보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싱그럽게 올라오던 싹 눈 트임부터
수줍게 피어올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꽃을 피우고
무성하게 그늘을 지어주던
눈부신 초록의 잎들을 자랑하며
주렁주렁 열매 맺어 풍성하게 수확한 후에
기꺼이 모든 잎을 아래로 떨어내고
빈 몸으로 서 있는 나목의
내려놓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제는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 든 중년의 삶 속에서
새초롬히 싹 틔웠던 새싹의 순수함도
어여쁘게 피워내던 연분홍의 사랑도
찬란하게 어깨 으쓱대던 초록 꿈의 합창들도
알알이 맺어놓은 풍성한 열매들의 의기양양함도
추억으로 아련히 기억 속에 감추고
이제는 할 일 다한 나무의 마지막 할 일처럼
아쉬워하며 곱게 단장해 준 가을 잎들을
한잎 두잎 떨어뜨려 내듯
마음속 가득한 욕심, 이기심, 미움, 자 만등
내 부끄러운 단점들을 곱게 물들여
내 몸에서 하나하나
벗겨 낼 때인 것 같습니다..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빈 몸으로 서서도
두 팔 높이 들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거룩한 모습으로 당당해 보이는
나목으로부터 내 안 깊숙한 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때 묻은 찌꺼기들을
한 꺼풀 두 꺼풀 벗겨 내는 비움의
지혜를 배우고 싶습니다
비어 있는 가지에 주실 또 다른
새싹과 새잎과 꽃들을 소망하며
빈 마음으로 서 있는 저 나목의
비움이라야 비로소
더 아름다운 새로운 것으로 주실
신비로운 채워짐의 진리를
경험하고 싶습니다
나목의 그 모습처럼.
겨울을 혹독하게 견디며
자신을 훈련하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더 오래 갖고 싶어 집니다
혹독한 겨울을
빈 가지로 견디며
마음속의 아직도 남아 있을
쓸데없는 고집과 아집을
찬바람에 씻겨 내듯
얼마나 견뎌야
아름다운 새 사람의
새싹을 다시 입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추운 나목으로 서 있을
겨울로 가는 길목에
나는 서 있습니다
나목의 그 추운 견딤으로
나는 또 얼마만큼의
두께로 깊게 성숙할 수 있을지를
되물으면서
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아침에 썼던
글을 2024년 11월 21일에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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