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인 I
-프시케-
새벽을 감싸는 뽀얀 안개가
시인을 살며시 불러낸다
목마른 화초들은
눈 깜박이며 시인의
물 주기를 기다린다
놀란 토끼도 가던 길 멈추고
시인에게 말을 건다
빨간 카디날도
시인에게 시어로 노래를 한다.
순간의 감정을 잡아두기 위해
시인의 머릿속 셔터는
쉴 새 없이 찰칵 인다
간혹 기억 밖으로
새어 나갈 그 어떤 어휘들은
수갑을 채워
시인의 마음공책 안에 가둔다
시어로 지은은 앙증맞은 오두막에서
시인이 요리한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놓듯.
맑은 영혼에 각인된
시인의 모든 문자와 어휘를 버무려
최대한의 맛깔난 시를
요리해 낸다
아직은 한적한 숲 속에
갓 만들어낸 시인의 시들은
지나가는 나그네를 기다린다
얼마 안 되는 단어와 사유로
각각의 시들을
나뭇잎 접시에 담아 살포시
흰 식탁 위에 차려놓는다.
각 각 같은 입맛이 아니라도
언제든 누구든지
맛깔나게 음미하며
구절구절에서
시의 풍미를 맛보길
시인은 염원한다.
이런 시인이고 싶다.
나는...
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마음의소리 > 오늘은 이런일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뒤로걷기 운동을 제대로 한날.. (9) | 2024.11.26 |
---|---|
단감 같은 사람 (40) | 2024.11.25 |
달밤에 나무를 자르다(?) (12) | 2024.11.22 |
2년전 오늘... (5) | 2024.11.21 |
가을 숲을 걷다 (29) | 2024.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