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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끄적여본글

여름에게 짧은 입맞춤

by 프시케 psyche 2007. 9. 26.
 

여름에게 짧은 입맞춤


어중간한 여름 햇살이 주섬 주섬 짐을 챙기고..
뉘엿 뉘엿 저물어가는 여름 노을이
붉은 슬픔을 하늘에 수놓으며.
서늘한 저녘 서풍이 옷섶을 헤집을 즈음..
나는 멀리서 오고 있을 말쑥한 차림의
가을을 기다리며 얼굴 붉히고 있네..

쏟아지듯 퍼붓던 소낙비가 장화를 벗어놓고..
따가운 여름 햇볕이 더 이상 나뭇잎을 태우지 않고..
초록색 잎들이 조금씩 붉은 홍조를 띨 때 즈음..
나는 어느덧 내 현관 앞에 놓여있는 작은 낙엽이
가을에게로의 초대장 인양 설레며 눈 반짝이고 있네..

수없이 맺혔던 이마의 송글 송글 땀방울이 자취를 감추고..
갈색으로 태웠졌던 피부의 선탠이 희끗희끗 희미해지고..
점점 내려간 치맛자락의 길이가 길어져가고..
민소매에서 긴소매로 차츰 팔을 가려갈 즈음...
나는 어느덧 짙어진 내 옷차림의 색깔을 눈치채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 여름에게 짧은 이별의 입맞춤을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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