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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詩가 문득 내게 말을 걸어 올 때

한계령을 위한 연가

by 프시케 psyche 2013. 1. 6.





2009년 3월 느닷없이 8년만에 하얀 눈이 왔던 날..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 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

지금이순간 다른곳엔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유독 이곳만 눈이없는 지금

오래전

8년만에 눈이 내렸다고

야단법석인때가 있었다

그짧은 눈에도

좋아라 하며

아이들과 법석이던 시절..

문득..

문정희 시인의

이 시가 생각 났던적이 있다..

오늘도 우연히 

어느님의 블로거에

폭설이라는 말이 나오자

또 이 시가 떠올려 졌다

문정희 시인과 

같은 마음으로..


폭설에 갇히고 싶은

하얀 동화의 나라로

못잊을 사람과의

눈부신 고립을 

상상하며..



2013년 1월 5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