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 앞을 지나며
-프시케-
아침 산책길에.. 매일매일 다른 날 찍은 그네들.. ***
그네 앞을 지나며....
-프시케_
아침 산책길
매일 지나는 곳에
나무에 맨 그네가
늘 내게 눈인사한다..
덩그러니..
빈 그네만 매달려
나를 보며 손짓을 한다..
그래 알았어..
고운 한복 입고서
꼭 올 거야.. 한지가 얼마인지....
그네를 타보고 싶어 하면서
별별 약속을 다하며
지나기를
몇 날 며칠..
오늘은 하늘하늘한
얇프레한 한복을 입고
옷고름 휘날리며 타보기고 하자.
오늘도 그냥
지나친다..
또 하루..
오늘은 사부작 거리는
갑사 한복을 입고
머리에 쪽을 지고
창공을 향해 힘껏 굴러보기로 하자..
오늘도
또 지나친다
또 하루
오늘은 기꺼이
속이 비치는 얇은
깨끼 한복을 입고
고운 노리개 드리운
모습으로
어린 딸내미
앞에 태우고 같이 그네를
타볼 거야...
매어놓은
나무 가지를 그네로
닿을 수 있을 때까지
온 마음속의 근심이
다 날아갈 때까지
신나게 구르며.. 타야지..
또 하루
오늘은 하얀 열두 폭 모시 치마에
옥색 저고리를 입고
신윤복의 그림에 나오는
가채를 머리에 얹고
칠보뒤꽂이를 잔뜩 꽂고서
우아하게 그네를 뛰어볼까나?
오늘도 덩그러니
매어있는 그네를
피하며.. 괜스레..
내가 미안해진다..
애매한
카메라 셧터만
몇십 번 도
더 누르며..
어떤 옷을 입고 타야
근사할까..
마음으로만
옷을 열두 번도 더 갈아입는다.
오늘도 속도 모르는
그네만..
외로이 슬픈 눈으로
나에게 눈짓을 하네...
.
이번 추석엔..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와서
그리운 님 기다리며
수줍게 그네를 타볼 거야..
꼭 타봐야지..
추석도
또 지나쳤다
바쁘지도 않은
일상에 늘 쫓기듯
마음을 다지며
타기로 하지만
아침이 되면..
또 다른 아쉬움..
오늘도...
못 탈 거야..
아니야..
날 잡아서..
귀밑 머리 땋아내려
붉은 댕기 맨
딸내미와
귀티 나는 공단 한복
차려입고 코가 이쁜
꽃고무신 신고
마주 보고 서서
한판 근사하게 꼭
그네를 타고 말 거야..
오늘은
속절없이 지나치는
나를 외면하듯
우두커니.. 안갯속에
모습을 감추려 하다..
빼꼼히 안개를 젖히고
살그머니.. 나를
저만치 바라본다....
아름다운 그 모습으로
누군가의 그림 속으로
영원히 오래 남을
아리따운 모습으로..
힘차게 구를 때
댕기 고름 휘날려
웃음 웃는 내 눈 가릴 때까지..
그네를 타 볼 거야...
이 가을이 가기 전에..
2009년 10월 17일 토요일..